어린이 '놀 권리' 등 주창한 선구적 선언문
광화문 광장서 100년 전 거리 행진 재현
100주년 맞은 방정환 '어린이해방선언'…내달 1일 거리 행진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23년 5월 1일, 소파 방정환이 '제1회 어린이 선전의 날' 행사에서 발표한 '어린이해방선언'의 일부 문구다.

1924년 국제연맹 총회에서 결정한 '제네바 아동 권리 선언'보다도 1년 앞선 이 선언은 윤리적·경제적 압박으로부터 어린이를 해방하고 어린이의 완전한 인격적 대우, 배우고 놀 권리 등을 주창한 선구적 선언이었다.

이 같은 '어린이해방선언'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거리행진과 공연, 전시 행사가 열린다.

어린이해방선언100주년 기념사업단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행사를 다음 달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연다고 밝혔다.

이주영 어린이해방선언100주년 기념사업협회의 회장은 "시대를 앞서간 선구적 내용을 담은 방정환의 어린이해방선언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100년을 향한 첫 출발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100주년 맞은 방정환 '어린이해방선언'…내달 1일 거리 행진
방정환이 어린이날을 처음 선포한 지 1년째 되던 해(1923년)에 발표한 어린이해방선언은 어린이날을 선포한 사상적 배경을 알 수 있는 글로, '소년(어린이) 운동의 기초 조건'을 밝힌 3가지 항목과 어른과 어린이에게 '드리는 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 조건'을 통해 방정환은 어린이를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해 완전한 인격적 대우를 가능하게 하고, 모든 형태의 아동 노동을 금지함으로써 경제적 압박으로부터도 해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어린이가 배우고 놀 수 있는 가정과 사회의 시설을 만들 것을 요구하며 어린이의 '배우고 놀 권리'도 명시했다.

이주영 회장은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을 집결시켜 어린이 해방을 위해 나선 방정환 선생의 뜻을 잇고자 한다"고 말했다.

100주년 맞은 방정환 '어린이해방선언'…내달 1일 거리 행진
이번 행사는 종로구에 위치한 방정환 생가터에서 출발해 광화문 광장을 거쳐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까지 걷는 거리 행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행진에 앞서 어린이 대표가 방정환의 어린이해방선언문을 낭독하며, 16여개의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전문단체가 참여해 인형극과 퍼포먼스, 사물놀이 등이 함께 꾸며질 예정이다.

이번 사업단장을 맡은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장은 "100년 전 있었던 어린이들의 거리 행진을 재현하는 것에 더해 어린이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즐기며 놀 수 있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 이사장은 이어 "어린이들이 주체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체계가 현재 우리 사회에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며 "이번 행사에 이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예술누리법 제정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방정환의 탄생일이 있는 올해 11월에는 세계 아동문학 관계자와 인권 운동가 등이 참여해 방정환의 어린이 해방 사상을 조명하는 '제1회 세계방정환학술대회'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