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기본계획 발표…재난 고위험군 2년간 모니터링
정신건강검진 주기 '10년→2년'…2025년 청년층부터
근본 대책과 거리 멀다는 지적…코로나로 더 악화할까 우려
2027년까지 자살률 30% 낮춘다…생명존중 안심마을 조성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10년 주기인 정신건강 검진을 2025년부터 2년 주기로 단축하고 전국 시도에 '생명존중 안심마을'을 조성하는 등 대책을 펴기로 했다.

자살유발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살자의 유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어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은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2021년 26.0명에서 2027년 18.2명으로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자살자 수는 1만3천352명에 달한다.

2021년 한국 인구 10만명당 자살자수는 OECD 표준인구로 보정하면 23.6명인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평균(11.1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자살 사망자는 2011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7년까지 감소세였지만 이후에는 대체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2010~2021년 자살사망자는 남성이 여성의 2.2배 이상이었고, 51.1%가 40~60대였다.

최근 각 연령대의 자살률은 감소 추세지만 10~30대는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통계를 보면 자살률은 실업률, 상대적 빈곤율 상승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자살 원인(2021년 기준)은 정신적 문제(39.8%), 경제 생활 문제(24.2%), 육체적 질병 문제(17.7%) 순으로 많았다.
2027년까지 자살률 30% 낮춘다…생명존중 안심마을 조성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정신건강 검진 빈도와 범위도 대폭 넓히기로 했다.

20~70대를 대상으로 10년마다 실시하는 정신건강 검진을 신체건강 검진과 동일하게 2년마다 하는 것으로 바꾸고, 검사 대상 질환도 우울증에서 조현병, 조울증까지로 확대한다.

검진에서 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정신건강의학과 등에 연계해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2년 주기 정신건강 검진은 2025년부터 20~34세 청년층에 우선 도입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각자 특성에 맞는 자살예방정책을 직접 수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찰청이 자살 사망자 정보를 자살이 급증하는 지역에 제공하면 해당 지역은 맞춤형 자살예방대책을 수립해 자살 확산 방지에 나서도록 한다.

또 전국 17개 시도에 생명존중 안심마을을 조성한다.

청소년이 많은 신도시에는 '학생 마음건강 마을', 어르신이 많은 농촌에는 '어르신 마음건강 마을', 아파트 지역은 '생명사랑 아파트' 등을 운영한다.

이들 마을에서는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기관에 연계하는 생명지킴이가 활동하며 주민 동아리가 생명존중 캠페인, 유해환경 개선 등의 활동을 한다.
2027년까지 자살률 30% 낮춘다…생명존중 안심마을 조성
17개 광역 자살예방센터 내 심리부검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감시 활동도 강화한다.

모니터링 전담인력과 조직을 확충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신고·수사 의뢰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재난 발생시에는 시도 위기대응체계를 가동해 재난 피해자의 정신건강 관리를 돕는다.

트라우마센터가 초기 상황에서 대응한 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자살고위험군을 2년간 분기별로 모니터링한다.

자살 시도자나 유족의 경우 일반인보다 자살위험이 높은 만큼 상담·치료 지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신체손상과 정신과 치료비, 심리상담비 등을 연간 1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지난 1월 시작했다.

중위소득 120% 이하는 국비로 지원하고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도 민간과 협력해 지원한다.

또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도 9개 시도에서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한다.

법 개정을 통해 국가, 지자체, 각급 학교에 생명존중 인식교육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편 이번 대책에는 초안에 담겨 논란이 됐던 번개탄 생산 금지 관련 내용은 빠졌다.

대신 번개탄과 관련해서는 유해가스 저감 번개탄 개발을 추진하고, '비진열·용도묻기'(판매대에 진열하지 않고 판매시 용도를 묻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진정제·수면제 등 새로운 자살수단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해 자살유발을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활용정보를 유통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OECD 최악'이라는 오명을 불식시킬 정도의 획기적인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기존 정책을 확대·강화하는 수준인 데다 사회 전반의 근본적 변화 없이 단기간에 '자살률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캠페인성 대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진열·용도묻기' '생명 지킴이' 등의 캠페인은 '탁상공론'식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생명존중 안심마을의 경우도 사업 추진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실제 자살률 하락으로 이어질지 효과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오히려 2~3년이 지나서 자살률이 급격히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코로나19 발생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수년간은 오히려 자살률이 오를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지난 4차 기본계획에서도 자살률을 2017년 24.3명에서 2022년 17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결국 자살률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자살률 감소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자살률이 30% 감소하더라도 여전히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라며 "튼튼한 생명안전망을 구축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해 자살률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