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국회 전원위원회가 나흘간의 논의 끝에 13일 막을 내렸다. 지역구 선거구제·비례대표제는 물론 국회의원 정수까지 다양한 변수에 대해 여야는 물론 개별 의원 간에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정치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전원위가 열렸지만 중대선거구제에 명확히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24명에 그쳤다. 결국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최소한의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원 24%만 "소선거구제 폐지"…선거제 개편 '용두사미'로 끝나나

○이해관계 엇갈리는 고차방정식

전원위는 본회의에 의안을 상정하기에 앞서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회의다. 이번 전원위는 2003년 3월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국회가 토론을 벌인 이후 약 20년 만에 개최됐다. 토론에는 의석 비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의원 54명, 국민의힘 의원 38명, 비교섭단체 의원 8명이 참여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이번 전원위 토론에 나선 의원 100명의 발언을 전수 분석한 결과 소선거구제를 명시적으로 반대한 의원은 24명이었다.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한 의원 15명보다는 많았지만 나머지 61명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대다수 의원이 기득권 포기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농어촌 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많이 강조했다. 이 제도에 찬성한 14명 중 11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수도권 121석 중 17석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수도권 등 대도시에만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해 지역구당 3~5명씩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수도권 의석 확대에 유리하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998년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이후 한국 정치는 너무나도 양극화됐다”고 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원위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한 불신”이라면서도 “다만 농촌은 인구 감소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농복합 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기존 소선거구제 존치를 주장했다. 이 제도에 찬성한 15명 중 9명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급격한 선거제도 변화에 대한 반발과 국민 수용성 문제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했다.

위성정당 등 부작용을 낳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이견이 없었다. 전국을 6개 권역 또는 17개 시·도별로 나눠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합의안 마련 진통 예고

국회의원 100명이 토론했지만 합의안 도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당초 전원위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결의안을 두고 토론에 나섰다. 하지만 61명의 의원이 원론적인 주장을 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담론적 수준의 의견이 산발적으로 나와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모습이 됐다”고 평가했다.

전원위는 결의안을 마련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로 회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원위 내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 교수는 “전원위 의견을 종합했을 때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을 유지하되,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주연/고재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