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지난 주말 벚꽃축제가 한창인 석촌호수에 갔다. 한 송이만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장미와 달리 벚꽃은 수많은 꽃송이가 때론 흩어지고 때론 송이송이 모여서 잔잔하고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는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비를 맞으며 “아련한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버릇처럼 한쪽 눈을 감고 바라보다 다른 쪽 눈을 감아봤다. 조금 달리 보인다.

한참 전 오른쪽 눈 망막에 문제가 생겨 수술받은 적이 있다. 안과 의사 친구 말이, 워낙 고난도 수술이라 예전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한다. 수술을 마치고 ‘시력이 안 돌아오면 어떡하나’ 며칠간 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했었다. 다행히 아직 별 이상은 없지만, 잘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끔 한쪽 눈을 감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눈을 번갈아 뜨다 보면 같은 사물인데도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창 시절 데생 시간에도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으면서 연필을 쥔 손을 바라보면 그 뒤로 보이는 조각상의 위치가 조금 달라 보인다. 실제 조각상이 이동한 것이 아닌데도 그렇다. 이는 같은 물체를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봤을 때 생기는 시각(視角)의 차이 때문이다.

물리에서 시각이라 함은 물체의 양쪽 끝에서 눈에 이르는 두 직선이 이루는 각을 뜻한다. 우리는 이 시각의 차이 덕분에 나와 대상의 거리를 인지할 수 있다. 우리한테 눈이 둘 있다는 건 두 눈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것이고 각각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두 관점이 통합돼 새롭고 입체적인 시각이 창조된다.

시각은 또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생각, 즉 관점을 칭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과 견해나 시각이 다를 때가 많다.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답답해서 은근히 화가 치밀기도 한다. 상대와 시각의 차이가 생길 때마다 서로 각자의 지점에서 한쪽 눈을 감은 채 내 얘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상대방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도를 해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과 만날 수도 있다. 나만의 고정된 시각을 버리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할 때 균형 잡힌 조화로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주 막바지 꽃나들이에 나서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봄꽃들의 아름다운 향연 속에서 색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는 한 주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