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적신호가 들어왔을 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주식과 채권시장이 흔들렸다.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도 은행의 추가 파산과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은행들의 채권 보유액은 2조달러로 추산된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뱅크런이 일어난 지 3주 만에 90% 폭락했고, 대형 은행들이 300억달러를 예치해 급한 불을 껐다. 스위스 은행 UBS가 CS를 인수했듯, 어딘가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사들일 수도 있다. UBS의 CS 인수는 CS 코코본드 170억달러어치의 상각, 스위스 국립은행의 손실 보상과 유동성 지원 덕에 성사됐다.

얼마 전에는 암호화폐 업계의 거물들이 은행의 추가 파산 가능성에 대비해 미래 급여를 코인으로 들고 있을 것을 스타트업들에 권유했다는 말이 돌았다. 그래서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비싼 보험료 지급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의 준비금이 SVB에 묶여 있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경기 침체 우려 커져

앞으로 은행이 더 파산하지 않는다고 해도 금융회사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2월 기존 주택 가격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하락했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 규모는 8조달러라는 점이다. 3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1조5000억달러다. 재택근무 확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악재다. 앞서 핌코, 브룩필드 등이 오피스를 담보로 일으킨 대출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다. 위험 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경기 침체를 피해 갈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드는 듯하다. 그래도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었던 파생상품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당시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미 국채 가격 하락이 문제였다. 미 국채는 낮은 가격이라면 사겠다는 투자자가 있을 테니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었던 파생상품과는 다르다.

혁신 주도할 기업에 투자해야

하지만 상황은 서서히 변하는 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09년 3월까지 증시는 여전히 바닥을 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한 경기 침체가 끝나기 바로 3개월 전이었다.

경기가 둔화하거나 침체한다면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실적, 대규모 해고 등이 이어질 것이다. 이 기간은 6개월 또는 1년, 정책 실패가 나온다면 10~15년간 지속될 수 있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1991년 1월 필자는 인텔 투자자였다. 당시 인텔의 실적은 부진했고, 걸프전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막의 폭풍 작전(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쿠웨이트를 해방한 작전)이 시작됐다. 바로 인텔 주가는 19년 동안 이어질 강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악재가 나오면 투자자들은 항복을 선언하고 주식 투자를 포기한다. 바로 그때가 앞으로 혁신을 일으킬 기업에 투자할 때다. 은행 예금보다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The Economy Gets Wrung Out’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