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 삶의 이정표, 히말라야
집무실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문구가 있다. ‘다르게 싸우라(도전), 반드시 이긴다(믿음).’ 그룹을 이끄는 이념이자 도전에 나서는 힘의 원천이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다르게 싸우고 도전해야 한다.

필자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산을 오르며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보냈고, 사업의 길을 터득했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 또한 산을 통해 배웠다. 악천후로 인해 길이 보이지 않아도 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자리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시야가 트인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일이다.

산에서 배운 이 진리는 기업을 경영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1992년 전국 국립공원과 주요 산에서 야영 및 취사를 금지하는 법이 발표됐다. 등산장비 업체로서는 최대 위기였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산은 늘 나에게 해답을 가져다줬기에 그때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히말라야를 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블랙야크를 구상했다.

히말라야를 통해 블랙야크라는 답을 얻었으니, 필자도 히말라야에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에게 큰 울림을 주는 히말라야지만 그곳에도 아픔과 슬픔이 있다. 히말라야의 나라로 유명한 네팔은 장엄한 풍경과 달리 빈곤국 가운데 하나로 척박한 환경과 사정으로 교육 및 의료시설이 열악하다.

히말라야에 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런 환경에서 묵묵히 사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때부터 병원 설립 후원, 학교 지원 등 히말라야를 위해 적극적으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네팔 대지진 이후 무너진 학교들을 재건하는 ‘히말라야 블랙야크 스쿨’을 시작, 2018년 창립 45주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러닝 인 더 히말라야’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러닝 인 더 히말라야’를 통해 대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신축, 네팔 어린이와 국내 어린이들의 상호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아이들에게 교복을 지원했다. 블랙야크가 지원한 교복을 입고 광활한 대자연을 뛰놀며 삶을 배우는 아이들을 보았을 때, 필자는 크나큰 울림과 감동을 받았다. 히말라야에 돌려주고자 시작한 활동에서 도리어 더 큰 깨달음과 가르침을 얻은 것이다.

이처럼 언제나 늘 같은 자리에서 한없는 가르침을 주는 히말라야. 필자는 이런 히말라야와 같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 날카로운 칼벽과 부드러운 능선을 동시에 지닌 히말라야처럼 일에서는 강직한 마음과 강한 카리스마로, 사람을 대함에서는 유연함과 부드러움을 가지고 포용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필자는 올해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가지 못한 히말라야에 갈 계획이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말에 걸맞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히말라야를 오랜만에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