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10년의 '대박'…"악몽은 그때부터" [정원우의 부동산라이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작년 집값 하락률 1위 세종시
공시가격만 30.68% 하락
87주 만에 아파트 가격 반등
공시가격만 30.68% 하락
87주 만에 아파트 가격 반등
개인사업자 김지디 대표(가명)는 약 10년 전 세종시 첫마을에 입주했다. 청주에서 나고 자랐고 부모님의 은퇴와 동시에 세종시로 넘어온 것이다. 공사장 한복판에 살면서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웠다.
오랜 기다림 끝에 김 대표는 2021년 9월 민간임대 분양전환을 통해 집을 장만했다. 시세보다 2~3억원은 싸게 샀으니 주변에서는 대박이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부동산라이브(Live)] 우리 주변의 생생한 부동산 이야기를 전합니다. 실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을 거쳤습니다. ● 김 대표의 민간임대 '도전기'
초기 세종시는 미분양의 무덤이었다. 김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싸늘했던 2013년 세종시 민간임대 아파트(전용 59㎡)를 계약했다. 미분양 아파트를 고민 끝에 선착순으로 잡은 것이었다.
입주 후 5년을 거주하면 분양전환으로 소유가 가능했고, 분양전환 가격도 초기 계약금(2억원 수준)을 넘지 않는 조건이었다.
당시 주변 전세 시세가 1억원대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김 대표 입장에서는 5년간은 비싼 전세를 주고서라도 집을 마련해보겠다는 나름 용기있는 결단이었다. ● 말 바꾼 건설사…소송 끝엔 '대박'
2016년 1월 마침내 입주했다. 5년을 기다리는 동안 세종시 집값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분양전환 가격을 계약가격(2억원 수준) 미만으로 합의했던 것이 '신의 한수'였다.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런데 주변 집값이 거침없이 오르자 건설사는 말을 바꿨다. 최초 합의한 가격으로는 분양전환을 못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입주자와 건설사간 소송전까지 번지며 약속했던 5년이 지나도 분양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입주자들의 승소로 2021년 9월, 입주 5년 8개월 만에 마침내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분양전환 가격은 초기 계약가격보다도 낮은 1억원 후반대에 성사됐다. 당시 주변 시세가 5~6억원은 거뜬했던 것을 감안하면, 8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찾아온 '초대박'이었다. ● 86주간의 아파트값 하락
'대박'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종시 집값이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돌아보면 분양전환한 시점이 사실상 피크에 가까웠다. 더 큰 문제는 '거래절벽'이었다. 김 대표도 중간에 잠시 집을 내놓기도 했으나 자주 찾던 중개사무소조차 일감이 없어 폐업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2021년 7월 19일 조사를 마지막으로 본격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번주 조사(3월 20일 기준)에서 0.09% 상승 반전했다. 장장 87주 만이다.
이 기간 세종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1년 6월 28일 = 100)는 99.9포인트에서 73.2포인트(2023년 3월 13일)까지 급락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하락 1위를 기록했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공시가격은 30.68% 하락했다.
최근 세종시 매물들의 호가에는 '폭등의 미련'이 묻어난다. 반등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거래량이 관건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오피스텔 매매거래량은 2020년 9,404건으로 정점을 찍고 2021년 3,610건, 2022년 2,391건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올해는 1,065건을 기록 중이다.
정원우기자 bkjung@wowtv.co.kr
오랜 기다림 끝에 김 대표는 2021년 9월 민간임대 분양전환을 통해 집을 장만했다. 시세보다 2~3억원은 싸게 샀으니 주변에서는 대박이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부동산라이브(Live)] 우리 주변의 생생한 부동산 이야기를 전합니다. 실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을 거쳤습니다. ● 김 대표의 민간임대 '도전기'
초기 세종시는 미분양의 무덤이었다. 김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싸늘했던 2013년 세종시 민간임대 아파트(전용 59㎡)를 계약했다. 미분양 아파트를 고민 끝에 선착순으로 잡은 것이었다.
입주 후 5년을 거주하면 분양전환으로 소유가 가능했고, 분양전환 가격도 초기 계약금(2억원 수준)을 넘지 않는 조건이었다.
당시 주변 전세 시세가 1억원대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김 대표 입장에서는 5년간은 비싼 전세를 주고서라도 집을 마련해보겠다는 나름 용기있는 결단이었다. ● 말 바꾼 건설사…소송 끝엔 '대박'
2016년 1월 마침내 입주했다. 5년을 기다리는 동안 세종시 집값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분양전환 가격을 계약가격(2억원 수준) 미만으로 합의했던 것이 '신의 한수'였다.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런데 주변 집값이 거침없이 오르자 건설사는 말을 바꿨다. 최초 합의한 가격으로는 분양전환을 못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입주자와 건설사간 소송전까지 번지며 약속했던 5년이 지나도 분양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입주자들의 승소로 2021년 9월, 입주 5년 8개월 만에 마침내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분양전환 가격은 초기 계약가격보다도 낮은 1억원 후반대에 성사됐다. 당시 주변 시세가 5~6억원은 거뜬했던 것을 감안하면, 8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찾아온 '초대박'이었다. ● 86주간의 아파트값 하락
'대박'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종시 집값이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돌아보면 분양전환한 시점이 사실상 피크에 가까웠다. 더 큰 문제는 '거래절벽'이었다. 김 대표도 중간에 잠시 집을 내놓기도 했으나 자주 찾던 중개사무소조차 일감이 없어 폐업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2021년 7월 19일 조사를 마지막으로 본격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번주 조사(3월 20일 기준)에서 0.09% 상승 반전했다. 장장 87주 만이다.
이 기간 세종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1년 6월 28일 = 100)는 99.9포인트에서 73.2포인트(2023년 3월 13일)까지 급락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하락 1위를 기록했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공시가격은 30.68% 하락했다.
최근 세종시 매물들의 호가에는 '폭등의 미련'이 묻어난다. 반등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거래량이 관건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오피스텔 매매거래량은 2020년 9,404건으로 정점을 찍고 2021년 3,610건, 2022년 2,391건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올해는 1,065건을 기록 중이다.
정원우기자 bkju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