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지난달 7일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회부하도록 보건복지위에서 결정한 법안들이다. 해당 법안은 이르면 오는 30일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된다. 양곡법을 시작으로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줄줄이 강행 처리되는 사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음달에는 방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KBS·EBS·MBC 등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 직능단체와 시민단체 등에 부여해 정치권의 방송사 경영 관여를 대폭 줄이자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반면 “MBC 등이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실과 여당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다.

안전운임제 유효 기간을 3년 더 연장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9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강행처리돼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넘었다. 지난달 21일 민주당과 정의당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은 오는 4월 22일 이후 직회부 요건을 갖추게 된다. 모두 정부가 수차례 반대 의사를 밝힌 법안이다.

이에 따라 양곡법 개정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 관심이 많고 민생과 관련된 법안이 한 정당이나 세력에 의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 및 다른 법과 충돌 여부, 국익에 미치는 영향, 재정 부담, 농민에게 주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득실 평가는 엇갈린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해 대부분 도시 지역에선 양곡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며 “강행 처리한 민주당에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들의 분노가 크다”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노경목/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