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하루 앞두고 은행주들의 강세에 상승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로 인한 당국의 조치 이후 미 은행 시스템이 안정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선 영향이 컸다. 22일 국내 증시는 옐런의 시장 달래기 발언, 원달러 환율 급락(역외 -11원) 등에 힘입어 상승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증시 상승 출발 전망

MSCI 한국 지수 ETF는 0.54%, MSCI 신흥 지수 ETF는 0.90%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301.20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11원 하락 출발, 코스피는 0.5% 내외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증시가 옐런 재무장관의 은행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으로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며 상승한 점은 한국 증시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FOMC를 앞두고 CME FedWatch에서 3월 25bp 인상 확률이 80%를 넘어서는 등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는 가운데 성명서 내용과 파월 연준의장 발언에 주목하며 시장은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퍼스트리퍼블릭(+29.5%), 커스토머스뱅코프(+10.4%), 자이언스뱅코프(+7.0%) 등 미국 중소형은행주들이 동반 급등세를 연출했다는 점은 국내 전반적인 은행주들의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전망"이라며 "신용등급 상향으로 테슬라(+7.8%)가 급등했으며 포드(+4.8%), GM(+4.4%) 등 여타 자동차주들도 강세를 보였다는 점도 국내 자동차 및 전기차 관련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유럽 금융주가 급등하고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다소 안정감을 찾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모든 리스크가 해소된건 아니지만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지원법 세부사항에서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기술 수준을 규제하지 않은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美재무 "위험 확산시 예금보호 추가 조치"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로 인한 당국의 조치 이후 미 은행 시스템이 안정되고 있다면서 추가 조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국은행연합회(ABA) 콘퍼런스에 참석해 최근 파산한 두 은행의 예금보장대상이 아닌 무보험 예금에 대해 당국이 보호 방침을 정하고 유사한 처지에 있는 다른 은행에도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당국의 조치에 대해 "예금자의 저축과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약속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결정적이고 효과적인 조치가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고 미국 경제를 보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우리 조치는 특정 은행이나 은행 집단 지원에 초점을 둔 게 아니라 더 광범위한 미국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했다"며 "중소 은행이 확산 위험에 놓일 수 있는 예금인출 사태를 겪는다면 유사 조치가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美 증시, 은행주 강세에 상승...S&P500 4000선 회복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316.02포인트(0.98%) 오른 32560.60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51.30포인트(1.30%) 상승한 4002.87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4.57포인트(1.58%) 뛴 11860.11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마감가 기준으로 이달 6일 이후 2주 만에 4000을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이날부터 시작된 FOMC 정례회의와 은행주들의 주가 움직임을 주시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위기설에 휩싸였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이날 30%가량 올랐다.

은행권 우려가 진정되면서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애플과 MS의 주가는 이날 각각 1.2%, 0.6%가량 올랐다. 테슬라의 주가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인 Baa3로 상향했다는 소식에 7% 이상 올랐다. 아마존의 주가는 전날 회사가 9000명을 추가 감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3%가량 올랐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美보조금 받으며 中서 5%이상 증산 불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서 규정한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기술 개발을 통해 한 웨이퍼당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것은 생산 능력으로 보지 않겠다고 하면서 기술적 업그레이드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화웨이 등 중국 업체와의 공동 연구 개발 금지 방침도 재확인했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관보 등을 통해 공개했다. 반도체법은 중국이 간접적인 혜택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상무부는 '중대한 거래 규모'를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로 정의했다. 이 금액을 넘어설 경우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고, 이전 세대의 범용(legacy)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늘리지 못하게 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에서 비교적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기술적 수준에 따라 5~10% 생산시설 확장 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다만 상무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생산 능력 증대를 금지하는 것과 관련, "전체적인 생산 능력이 (기준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보조금을 받은 업체가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고 활동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대기업 작년 4분기 영업익 69% 급감…'반도체 한파'에 실적 악화

지난해 4분기 국내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70% 가량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의 인기로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부품 업계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수출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한파를 겪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급락한 탓에 대기업 전체 실적이 악화했다.

2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실적 확인이 가능한 262곳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662조4211억원으로, 2021년 동기(595조4197억원) 대비 11.3%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2조9871억원으로 2021년 동기(41조9703억원) 대비 69.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합산 영업이익이 50조원에 육박했지만,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며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2% 감소한 34조4697억원에 그쳤고, 4분기에는 영업이익 감소 폭이 더 커졌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국내 수출 산업을 주도해온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