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추진해온 ‘조난 위치 발신 장치’ 개발이 늦어지면서 해양 사고 인명 구조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인명 피해가 커진 것은 물론 막대한 세금까지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사고 발생 후 조난된 청보호 선원을 수색하는 데 총 7억1650만원을 썼다. 단가가 230만원인 항공 조명탄 270발에 6억2100만원을 지출했다. 민간어선 191척 동원에도 9550만원을 썼다.

이와 함께 구조 활동에 투입된 해군과 공군이 항공 조명탄 603발을 사용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어선 341척을 자체 동원하면서 선주들에게 하루 수십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예인선 등 민간 구난업체 동원 비용도 적지 않았다. 이는 지역 수산업협동조합이 처리했다. 해경과 해군, 공군, 수협 등이 쓴 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어민들은 선원 인명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해상 안전장치 보급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해수부는 2018년부터 어선의 충돌이나 전복으로 조난된 선원을 신속히 구조하기 위해 조난 위치 발신 장치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을 끝내지 못했다.

조난 위치 발신 장치는 해상에 있는 선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구명조끼나 목걸이, 손목시계 등에 달려 있는 위성항법장치(GPS)의 개념으로 배에서 멀리 떨어진 선원 위치를 해상교통정보센터에 보내준다.

해당 장치가 보급됐다면 청보호 선원의 위치 파악은 물론 수백 명의 구조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청보호 사고로 승선원 12명 가운데 3명이 구조되고 5명이 사망했다. 나머지 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당 장치를 휴대하기가 아직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개발이 완료되는 내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25년엔 현장에 장치를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선원을 찾는 후진적 구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해상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눈으로 찾는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구조·구난 장비 개발에 나서거나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식/원종환/오유림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