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책 고위직이 카타르서 출장비 제공받아…EU 감시당국, 집행위에 서한
'카타르 검은돈 스캔들' 곤욕 EU, 이번엔 '공짜 항공편' 논란
유럽의회가 카타르발(發) 검은돈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이번엔 유럽연합(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 고위 당국자가 '공짜 항공편'을 여러 차례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EU 내부 감시기관인 유럽옴부즈만(European Ombudsman)은 최근 EU 집행위에 제3자가 비용을 대는 고위 당국자·직원의 출장 관련 실태 설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6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는 EU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헨리크 홀로에이 집행위 운송총국장이 2015∼2021년 카타르 정부 및 관련 현지 단체로부터 카타르행 비행편을 포함한 출장비용을 여러 차례 제공받은 사실이 공개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홀로에이 국장이 카타르로부터 출장비를 지급받은 시기는 그가 수장으로 있는 EU 집행위 운송총국이 카타르와 항공교통편 관련 협상을 진행하던 시기와 겹친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당시 EU와 카타르는 협상 끝에 2021년 10월 모든 카타르 항공사가 EU로 직항편을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홀로에이 국장이 당시 협상에 직접 관여하진 않았지만, EU 운송총국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럽옴부즈만도 서한에서 "카타르 정부 및 밀접한 관련 기관이 운송총국 고위 관리의 출장비를 지급한 사례는 EU의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제3자에 의해 지급된 출장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제공해 달라고 집행위에 요청하는 한편 향후 고위직의 출장비 관련 규정 강화에 대한 계획도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작년 말부터 유럽의회를 뒤흔든 뇌물 스캔들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추가로 불거진 것이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앞서 작년 12월 벨기에 수사당국은 카타르, 모로코 등 제3국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에바 카일리 의원을 비롯한 관련자 최소 4명을 잇달아 기소했다.

현재 추가 연루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카타르, 모로코 등이 자국과 관련된 EU 정책이나 입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유럽의회에 로비를 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카타르와 모로코 모두 연루 가능성을 전면 부인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