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어제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개막에 맞춰 ‘5% 안팎’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1991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다. 올해가 시진핑 3기 임기를 시작하는 첫 해이고 지난해 저성장(3.0%)에 대한 기저효과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중국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중국 경제의 미래에 우려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문화혁명 이후 최악의 성장률(3.0%)을 기록하면서 ‘피크 차이나’(성장의 정점에 달한 중국) 우려가 본격화했다. 못해도 매년 7~8% 성장하던 시기는 완전히 옛말이 됐고, 이제는 3~5% 성장도 버거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인구 감소에다 미국과의 갈등구조 장기화,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금융 불안과 소비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대(對)중국 비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2월 기준 19.7%)이자 최대 수입국(19.9%)이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55%가 중국행이고, 핵심 수입 품목 282개 가운데 172개(75.5%)가 중국산이다. 중국 성장률 1%포인트 하락이 곧바로 한국 성장률 감소(0.15%포인트)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률 하락 추세와 5개월째 이어지는 대중 무역적자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나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줄어드는 중국 수출을 대체할 새로운 신시장 개척,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수입 시장 다변화, 해외 생산거점 분산 등이 시급하다. 아울러 과감한 규제 철폐와 노동시장 개혁,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한국이 중국과 다르다는 것을 제도와 가시적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 중국의 성장 정체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기회 쪽으로 바꿀지 여부는 우리에게 달렸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