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배기 장애인 아들 미래 위해 유럽행 택했다 숨져"
伊해안 난민선 침몰로 파키스탄 국가대표 출신 싱글맘도 희생
파키스탄 여자 하키·축구 국가대표선수를 지낸 싱글맘 샤히다 라자가 최근 이탈리아 해안에서 발생한 난민선 침몰 사고로 숨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 해안에서 발생한 침몰 사고로 숨진 희생자 명단에 파키스탄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라자의 이름이 포함됐다.

이번 침몰 사고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 인원은 총 67명이다.

81명은 구조됐다.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알려진 라자의 별세 사실은 지난달 28일 파키스탄하키연맹(PHF)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동료 선수이자 가까운 친구인 숨마야 카이낫에 따르면 라자는 4개월 전 발루치스탄 주 퀘타의 고향 집을 떠났다.

당시 그는 외국으로 가려고 한다는 결심을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며, 이란과 튀르키예를 거쳐 이탈리아나 호주로 간 후 난민 신청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라자는 외국에 일단 불법으로 입국해서 난민신청을 하는 것이 정상적 비자를 받는 것보다 쉽다며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카이낫은 전했다.

伊해안 난민선 침몰로 파키스탄 국가대표 출신 싱글맘도 희생
라자는 이란과 튀르키예에 체류중일 때 카이낫에게 왓츠앱 메시지로 연락할 때마다 울면서 아들 하산의 안부를 물었다.

홀어머니와 여동생 등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라자가 불법 이민을 시도하기로 결심한 것은 3살배기 아들 하산이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어 말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움직이지도 못하기 때문이었다고 카이낫은 설명했다.

라자는 일단 외국에 혼자 간 후 일자리를 구하자마자 하산을 데려올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낫와 발루치스탄 주정부에 따르면 라자는 2007년부터 국내 리그에서 하키를 시작했으며 수년간 군과 수도·전력 당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선수생활을 했다.

축구선수로도 국내 리그에서 뛰었다.

지원이 끊긴 후 라자는 수십년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서 무직자 신세가 됐고,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 살 수 없다는 남편과도 이혼한 채 홀로 아이를 키워왔다.

라자는 시아파 소수파 하자라족이며, 이들은 수니파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공격 표적이 돼 왔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난민선에 몸을 실었지만 2013년 람페두사섬 앞바다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368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이탈리아 해변에서 벌어진 최악의 난민선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지난 23일 튀르키예(터키) 서부 항구도시 이즈미르에서 출발했다가 칼라브리아주의 휴양지 스테카토 디 쿠트로 앞바다에서 바위에 부딪혀 부서진 20m 길이의 목선에는 파키스탄을 비롯해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이민을 기치로 내건 우파 성향 정치인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 취임 후 난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는 생존자 중 밀입국 브로커로 의심되는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