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정·조주연 PD 인터뷰…"기술 발전하면 양질 콘텐츠 생산 가능"
버추얼 오디션 '소녀 리버스'…"아이돌 매력 캐릭터로 끌어내"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가한 걸그룹 멤버가 최하위 등급을 받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촬영장 밖으로 탈주해버린다.

또 다른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가 하면, 미션 수행 중 일이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자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걸그룹 멤버라면 이미지 관리를 위해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예쁜 말만 골라 하는 모습이 노출되기 마련이지만, 지난달부터 순차 공개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예능 '소녀 리버스'에서는 돌발행동이 이어진다.

'소녀 리버스'는 걸그룹 멤버 30명이 가상 세계에서 아이돌 데뷔 기회를 놓고 경쟁하는 버추얼 서바이벌 예능이다.

참가자들은 철저하게 정체를 숨긴 채 VR(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자신이 만든 2D 캐릭터에 빙의한다.

공동 연출을 맡은 손수정·조주연 PD는 지난 28일 화상 인터뷰에서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그동안 방송에서는 꽁꽁 감쳐뒀던 아이돌 멤버 개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구축한 세계관 속 캐릭터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끼'를 발산한다.

캐릭터들을 보면 431세 마녀 '짜루', 타락천사 '유주얼', 글리제 행성의 첫 생명체 '리엔', 방구석 싱어송라이터 '집순희' 등 가지각색이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개념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아직 시청자들에게 낯설어 프로그램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모두에게 친근한 캐릭터인 펭수를 메타버스 속에 집어넣은 것도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장치였다.

손 PD는 "프로그램 자체가 생소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며 "'무조건 친숙하게'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려면 출연자들부터 캐릭터에 완전히 이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돌 멤버 각각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며 "각자 세계관을 두고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좋아하는 음식과 취미는 무엇인지 등을 잡아가고자 제작진과 출연진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오디션 '소녀 리버스'…"아이돌 매력 캐릭터로 끌어내"
조 PD 역시 "출연진과 하루에도 수십번 논의를 거치면서 캐릭터를 세심하게 만들었다"며 "캐릭터와 이들이 사는 공간을 구현하는 업체도 따로 선정해 업무 부담이 많아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소녀 리버스'는 지상파 인기 예능처럼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진 않았지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캐릭터마다 팬들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아이돌 멤버들이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자유분방한 모습이 호감을 샀다.

조 PD는 "아이돌 멤버는 같은 그룹 안에서도 언니와 동생 관계면 존댓말을 쓰기도 하는데, '소녀 리버스'에선 첫 촬영부터 캐릭터끼리 '안녕, 난 ○○이야'라고 과감하게 반말하며 가상 세계에 몰입했다"며 "계급장 떼놓고 서로의 매력을 뽐낸다는 게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 PD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출연진이 각자 매력을 갖고 열심히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면 90%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한 인터뷰에서 출연진은 '현실의 내가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전부 해봤다'는 말을 공통으로 했다"고 전했다.

'소녀 리버스'는 메타버스 예능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데뷔조로 뽑힌 최종 5명은 오는 5월 신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기술적인 한계는 아직 존재한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작은 움직임을 실제 아이돌 무대처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손 PD는 "인체가 가진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표현하기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무대보다 뮤직비디오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며 "출연자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추는지를 보여주기보다는 현실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시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조 PD는 "기술적인 부분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이런 부분이 보완되면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오디션 '소녀 리버스'…"아이돌 매력 캐릭터로 끌어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