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재 서울청소년자립지원관장 인터뷰…"지원근거 명시해 법 개정해야"
"살기 위해 집 나온 아이들…사회가 더 보듬어줄 필요"
'가출' 편견 때문에…지원 사각지대 놓인 가정 밖 청소년
"단순히 문제 청소년이어서, 집이 그냥 싫어서 뛰쳐나온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2년간 꾸준히 치료받아 우울증을 극복했다가 집에서 걸려온 부모의 폭언 전화 한 통에 무너져 다시 자살시도를 한 친구도 있어요.

"
위기 청소년들의 자립지원을 돕고 있는 김희재 서울시립청소년자립지원관 관장은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가정 밖 청소년들은 문제 청소년, 가출 청소년이라는 편견 때문에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라며 정부와 사회 지원의 사각지대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안타까운 사연을 이같이 전했다.

김 관장은 "우리 청소년들을 차갑거나 무서운 애들로 보지 말고, 각자 사연이 있다는 것을 꼭 알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가정 밖 청소년은 친권을 가진 부모가 있어 고아가 아니지만, 학대·방임으로 원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없거나 친권을 포기한 보호종료아동과 달리, 가정 밖 청소년은 '집을 자발적으로 나왔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지원을 제대로 못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관장은 "보호종료아동은 사회가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지원체계가 상대적으로 먼저 발전했고, 가정 밖 청소년은 아직도 '문제 청소년'이라 집을 나왔다는 편견 때문에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라며 "이 아이들은 살기 위해 집을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출' 편견 때문에…지원 사각지대 놓인 가정 밖 청소년
김 관장이 2018년 이래로 자체 집계한 결과 서울시립청소년자립지원관이 운영하는 쉼터 입소 청소년의 60%가량은 가정의 학대, 폭력, 방임 문제로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부는 성폭력 피해 경험도 있다고 한다.

한 청소년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쉼터에 입소해 2년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잘 생활했으나 부모의 폭언 전화 한 통에 한순간에 무너져서 다시 자살·자해 시도를 하기도 했다.

자립 준비를 하면서 경제활동으로 소득이 생기는 청소년의 경우 부모가 "그 돈을 가계에 보태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찾아가서 일터를 뒤집어놓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 관장은 "돈이 없으니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가출팸'이나 '헬퍼'(숙식을 제공하는 성인)를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성매매, 조건만남 등 또 다른 범죄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법률상 '가출 청소년'이라는 용어가 '가정 밖 청소년'으로 바뀌었지만, 이들이 '문제아'라는 낙인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라며 "청소년들이 차가운 시선에 또 한 번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자립지원관과 쉼터 건물에는 팻말이 붙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에게도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사는 임대주택이라고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가 집계한 쉼터 입소 청소년은 2022년 기준 2만8천627명이다.

김 관장은 "청소년 전문가들은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구를 적게는 30만명에서 많게는 70만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가정 밖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쉼터 입소 청소년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가정 밖 청소년들이 쉼터를 나오면서 홀로서기를 할 때 자립지원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은 모두 6건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김 관장은 "원가정이 있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사회가 보듬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성장이 더욱 소중해진다.

이들이 건강하게 자립해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길러내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더 좋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