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쟁점 법안의 강행 처리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여당이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상임위는 8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기소 위기에 몰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만회할 카드로 민주당이 입법 성과를 내세우면서 여야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질 전망이다.

양곡법은 입법 강행 예고편

巨野가 주무르는 상임위…17곳 중 11곳 '법사위 패싱' 가능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가결할 계획이다. 여당의 반대에도 법제사법위원회를 우회해 본회의에 직회부한 첫 번째 법안이다.

이는 지난해 가을 개정된 국회법 86조3항을 통해 가능했다. ‘회부된 법안을 법사위가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상임위 의원 60%의 동의를 받아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19명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의원 중 민주당 의원은 11명으로, 민주당 출신 무소속인 윤미향 의원이 가세하면서 지난해 말 직회부가 의결됐다. 여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를 우회할 길이 열린 것이다.

민주당은 다른 상임위에서도 ‘법사위 패싱’을 예고하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방송법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간호법, 의료법 등도 직회부 요건을 채우는 대로 본회의에 회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與, 저지 수단 마땅치 않아

절대적인 의석수가 밀리는 여당이 민주당의 직회부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가장 손쉬운 저지 방법은 여당 측 상임위원장이 쟁점 법안을 전체회의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상임위원장 수도 의석수에 따라 배분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18개 상임위 중 7개 상임위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7개 상임위 중 실질적으로 입법 활동을 하는 상임위는 법사위와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에 불과하다. 나머지 4개 상임위인 운영위와 외교통일위, 국방위, 정보위 등에선 법안 제정 및 개정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비교섭 단체나 무소속 의원을 끌어들여 직회부를 저지할 수도 있다. 상임위별로 한 명씩 있는 해당 의원의 표까지 합쳐야 민주당이 직회부에 필요한 60%의 동의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정의당 등과 연대하기는 쉽지 않다. 반도체 관련 현안을 중심으로 친여 성향을 나타내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있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정도가 직회부를 저지할 수 있는 상임위로 꼽힌다.

정치적 득실 계산 엇갈려

이렇게 본회의를 통과한 쟁점 법안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도 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상임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역풍이 불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고 부동층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환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이재명계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반성과 혁신’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단독·강행 처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며 “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이 되면서 민심은 비전도 전략도 없는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