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인근에 있는 샹페르셰의 도시농장에서 직원이 농작물을 설명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프랑스 파리 인근에 있는 샹페르셰의 도시농장에서 직원이 농작물을 설명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서 북서쪽으로 11㎞ 떨어진 사르트루빌르의 한 공동주택. 한국 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이곳 지하엔 햇빛 한 줄기, 흙 한 줌 없이 농사를 짓는 기업 샹페르셰의 도시농장이 있다.

면적은 700㎡다. 30평 아파트 7가구 정도 크기인 이곳은 프랑스 최초로 유기농 기법을 도입한 도시농장이자 농업 강국 프랑스에서도 단위 면적당 농업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최근 기자가 찾아갔을 땐 직원 3명이 양상추, 바질, 파슬리 등 이 도시농장에서 수확한 각종 채소를 분주히 포장하고 있었다.

게놀라 당잔 샹페르셰 공동창업자는 “이곳에서 지난해 1년간 30여 종의 작물을 총 20t 생산했다”며 “같은 작물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평균 216배 많다”고 말했다.

비결이 뭘까. 당잔은 사람 키만 한 높이의 물탱크가 16개 놓인 방으로 기자를 안내하며 “이 도시농장의 심장”이라고 했다. 각 물탱크엔 작물 재배에 쓰이는 각종 비료와 물의 비율을 작물별로 다르게 맞춰 놓은 이곳만의 ‘농업용수’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 물은 천장과 벽에 고정된 검은색 튜브를 타고 30개 농작물이 자라는 10개의 방으로 연결돼 주기적으로 농작물에 자동 분사된다.

이 회사 엔지니어인 클레멩 델옴므는 “샹페르셰는 2017년 설립 이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통해 작물마다 최고의 품질로 가장 빠르게 자라는 데 필요한 비료와 물의 양을 파악했다”며 “작물마다 딱 필요한 만큼의 물과 비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농업보다 농업용수 사용량을 97% 줄였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이런 도시농장이 친환경 바람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 델옴므는 “야외에서 재배한 농산물은 최종 수요처로 도달하기까지 평균 700㎞ 이동하지만, 여기 도시농장에서 키운 작물의 이동거리는 평균 7㎞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환경적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샹페르셰는 2020년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매출도 매년 10%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큐예트어반이란 회사는 프랑스 전역에서 여섯 곳의 도시농장을 운영하며 한 해 52만유로(약 7억원, 2021년 기준)의 매출을 올린다. 이 회사 농장은 모두 건물 옥상에 있다.

기자가 찾아간 파리 외곽의 한 건물 옥상엔 800㎡ 규모의 이 회사 도시농장이 있는데, 흙 대신 인공점토를 사용해 작물을 키우고 있었다.

여기선 50개 작물을 연간 2t 생산한다. 생산물은 모두 건물 1층에 있는 요리학교와 인근 식당에 판매한다. 폴 루셀랑 큐예트어반 대표는 “여름엔 단순히 농작물을 재배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일종의 ‘아틀리에(스튜디오)’로 옥상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틀리에 수입이 농작물 판매액보다 많다”고 말했다.

파리=정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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