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아파트 전·월세 신규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전세대출 금리 인상도 주춤하자 월세 대신 전세를 선택한 세입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월세 뛰고 대출금리 주춤…아파트 전세 다시 늘어
부동산R114는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체결된 전국 전·월세 신규 계약 3만7751건 가운데 전세가 2만2033건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전세 비중은 58.4%로, 작년 12월(52.6%) 대비 5.8%포인트 증가했다.

수도권(61.3%)과 지방(54.2%) 모두 작년 12월보다 전세 비중이 높아졌는데 상대적으로 전셋값 하락폭이 큰 수도권에서 비중 확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올 들어 송파, 강동 등을 중심으로 전세 신규 계약이 늘면서 전월 대비 거래 건수(4567건→4752건)와 비중(45.9%→57.8%)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 비중은 작년 1월 60.4%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54.5%, 10월 54.0%, 11월 52.7% 등으로 뚜렷한 내림세를 보였다. 작년 하반기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어 전세 대출금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세 계약 비중이 다시 증가한 것은 입주 물량 집중 등으로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자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전셋값에 비해 월세가 많이 올랐다”며 “아파트가 빌라, 다가구 등에 비해 깡통주택(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높은 주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전세 비중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말까지 최고 연 7%대(변동형 기준)였던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올 들어 연 4~6%대로 떨어진 점도 전세 수요 반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이 고정금리형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등 최근 들어 전세 대출 부담은 다소 완화하는 추세다. 다음달부터는 9억원 초과 1주택자와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이상 1주택자도 전세대출 보증이 허용돼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금리가 작년 연 7%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많이 낮아져 이자 부담이 확실히 줄었다”며 “올해 강남, 서초 등의 입주량이 많아 실수요자에겐 전세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