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뉴지랩파마는 이니셜 CB 120억원을 취득했다. (자료=금감원)
지난해 1월 뉴지랩파마는 이니셜 CB 120억원을 취득했다. (자료=금감원)
뉴지랩파마가 이니셜에 투자한 전환사채(CB) 회수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이니셜은 최근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수사 중인 빗썸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향후 이니셜에 경영상 문제가 발생해 CB 상환 여력을 상실할 경우 뉴지랩파마의 손실이 불가피해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뉴지랩파마는 지난해 1월 28일 이니셜이 발행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권 120억원 어치를 취득했다. 자기자본의 15.3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뉴지랩파마가 2021년 2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셈이다. 당시 회사 측은 “빗썸라이브를 통한 사업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상품 유통사업 부문을 메타버스 및 라이브 커머스 중심으로 전환·강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뉴지랩파마는 지난 16일 채권자 신모씨와 필라델피아 조합이 파산 신청을 하면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신모씨 및 필라델피아 조합 측이 주장하는 채권금액은 75억원 규모다. 신씨 측은 뉴지랩파마에 전환사채 만기 및 조기 상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사채권자임을 주장하는 전환사채가 이미 주식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뉴지랩파마는 “구체적인 전환사채 전환 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법원에서 주장의 진위가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는 4월 5일부터 8회차 CB 250억원에 대한 조기상환청구도 시작된다. 대주주 사망 등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뉴지랩파마 주가는 4165원으로 급락했다. 8회차 CB 전환가액(8372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채권자들이 주식전환보다 원금 상환(이자 연 2%)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뉴지랩파마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80억원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484억원이다. 이 때문에 이니셜에 투입한 CB 투자금의 회수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이니셜 CB의 전환청구행사 기간은 2023년 1월 28일부터 2024년 12월 28일까지다.

하지만 이니셜을 포함한 빗썸 관계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뉴지랩파마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빗썸라이브는 지난해 10월부터 무기한 휴업 상태다. 배우 박민영의 전 남자친구이자 빗썸 실소유주로 지목받고 있는 강종현에 대한 검찰과 국세청의 수사 여파다.

빗썸의 지배구조는 ‘이니셜→이니셜1호투자조합→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로 알려졌다. 이니셜은 강종현의 여동생 강지연이 대표로 재직 중이다. 2020년 이니셜은 230억원을 투입해 ‘비트갤럭시아1호투자조합’ 지분을 인수했고 ‘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섰다.

하지만 비상장사인 만큼 230억원 자금 출처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이니셜의 자금 출처 이슈가 제기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향해 “이니셜투자조합의 경우 원래 휴대폰 매장에 무선이어폰을 납품하는 자본금 2억원 상당의 작은 회사였는데 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운용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강종현, 강지연 남매가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주가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 10월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 빗썸 관계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0일 검찰은 강종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빗썸 관계사에서 62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국세청 역시 강종현, 강지연 남매가 연관된 빗썸 관계사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특별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연말 빗썸홀딩스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이니셜, 아이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연이어 지난 1월 빗썸홀딩스와 빗썸코리아, 빗썸 해외 관계사까지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빗썸 지배구조의 상단에 위치한 법인부터 순차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빗썸 관계사 수사 등으로 뉴지랩파마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니셜의 CB 상환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서다. 뉴지랩파마 측은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입장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뉴지랩파마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23일 9시 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