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반도체 분야로 영토를 넓힌 한솔그룹의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다. 파워보드(배전반) 모듈 사업이 주력인 그룹 계열사 한솔테크닉스가 지난해 반도체 장비용 부품 제조기업 아이원스를 인수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룹의 사업 범위를 제지·건축자재·물류에서 반도체산업으로 확장한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솔테크닉스는 지난해 매출 1조6472억원, 영업이익 5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1년(1조4906억원)에 비해 10.5% 뛰었다. 전년 42억5600만원 적자이던 영업이익은 5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한솔테크닉스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매출 기준)은 24%에 달했다. 한솔제지(2조4000억원, 그룹 내 매출 비중 36%)에 이어 그룹을 지탱하는 한 축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실적 개선 덕에 한솔테크닉스는 주당 100원씩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한솔테크닉스가 배당을 하는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반도체로 영토 넓힌 한솔 '달콤한 결실'
한솔테크닉스 경영이 개선된 배경으로는 지난해 1월 한솔아이원스 지분 34.47%를 약 1275억원에 사들이면서 최대 주주가 된 점이 우선 꼽힌다. 기존 한솔테크닉스는 TV 등에 쓰이는 파워모듈과 태양광 모듈, LED(발광다이오드) 소재 등 정보기술(IT) 부품 공급업이 주력 사업 분야였다.

한솔아이원스를 인수한 뒤 기업 안팎의 모습이 확 바뀌었다. 반도체 장비 부품 라인업까지로 사업 분야가 확대된 것이다. 그룹의 체질 변화를 꾀한 조 회장의 ‘승부수’가 효과를 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솔테크닉스는 기존 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아 이를 타개할 신규 사업이 절실했다. 한솔아이원스를 인수한 뒤 반도체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덕에 자회사 편입 첫해부터 높은 실적을 냈다.

한솔테크닉스가 인수한 후 자회사로 편입한 한솔아이원스는 반도체 장비용 부품을 제조하고 코팅·세정하는 업체다.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를 가공하는 역할을 하는 체임버 등을 국산화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핵심 고객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293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외에 한솔테크닉스 기존 사업에서도 성과가 꾸준했다. 태양광 모듈 사업 성과가 쏠쏠하다. 과거 TV 백라이트를 조립해 모듈로 만든 기술력을 토대로 태양광 모듈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LS일렉트릭과 1023억원의 태양광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가 작지 않다.

한솔테크닉스 주가는 반등세가 뚜렷하다. 연초 4900원대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최근 6000원대에 재진입했다. 시장에서는 한솔테크닉스가 올해 매출 2조원대에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모듈 매출 성장이 눈에 띈다”며 “아이원스 인수를 통한 연결 이익 증가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