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수두백신 세계 1위’ 명성을 되찾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수출 효자였던 ‘수두박스’의 뒤를 잇는 ‘배리셀라’로 세계보건기구(WHO) 조달시장 진입을 위한 자격을 얻으면서다. 세계 수두백신 조달시장을 둘러싼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업체 간 경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GC녹십자는 수두백신 배리셀라가 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2018년 2월 인증받은 미국 머크(MSD)의 바리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바리셀라(2019년 12월), 중국 시노백의 배리셀라생백신(지난해 11월)에 이어 네 번째다.

PQ 인증을 받으면 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등 유엔 산하기구 입찰에 응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35개국이 포함된 세계 최대 조달시장인 유엔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다.

1993년 국내 첫 번째 수두백신인 수두박스를 출시한 GC녹십자는 2018년까지 글로벌 수두백신 시장 1위였다. 글로벌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고가 백신으로 주력 제품군을 바꾸는 사이 GC녹십자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했다.

2018년 615억원으로 수두백신 최고 생산실적을 찍은 GC녹십자는 이듬해 169억원으로 급격한 실적 감소를 겪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새 백신 배리셀라로 제품군을 바꾸며 생산 공백 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배리셀라는 2020년 시판허가를 받았다.

그사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빠르게 시장 지배력을 확장했다. 2018년 출시한 ‘스카이바리셀라’는 1년 만에 WHO PQ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2월 PAHO 입찰에 참여해 2024년까지 3127만달러 규모의 수두백신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GC녹십자가 2015년과 2017년, 2019년 점유율 1위에 올랐던 시장이다.

PAHO는 2~3년 단위로 입찰을 진행한다. 추후 입찰은 2024년 말께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는 기존 네트워크를 기반 삼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