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서 포기할 수 없는 한 줌의 사랑 [책마을]
소설집 <여분의 사랑>에 수록된 소설 중에는 시현과 가현, 하민 세 사람의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대학 시절 해외봉사단에서 처음 만난다.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 잡동사니를 치우던 하민은 다리에 상처를 입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하민은 파상풍으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다. 가현은 고작 5박6일을 함께 보냈던 봉사단 사람들에게 해마다 연락하며 하민의 기일을 챙긴다. 가현의 이런 다정함 뒤에는 외로움이 있다. 그는 어려서 엄마를 잃고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어느 날 시현은 한강 다리 위에 선 가현을 찾아낸다.

다산책방에서 출간된 소설가 박유경의 첫 소설집 <여분의 사랑>에는 이 같은 내용의 ‘떠오르는 빛으로’를 비롯해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렸다. 인간이라서 포기할 수 없는, 한 줌의 사랑과 위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한경 신춘문예 출신인 박 작가가 그간 <여흥상사> <바비와 루사> 등 추리와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작품에서 두각을 드러낸 걸 떠올리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30대 초중반엔 날카로운 단면이 있는 찌르는 듯 불편한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이젠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온순하기만 한 건 아니다. 표제작 ‘여분의 사랑’에서 다희와 우주는 한때 애틋한 연인 사이였지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희는 결국 헤어지겠다고 마음먹는다. 이별을 결행하는 게 때로는 자신과 상대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소설은 서늘하게 말하는 듯하다.

코인 투자로 돈을 잃은 뒤 불법 폐기물 매립일을 하다가 의도치 않게 산짐승을 죽였지만, 죽음의 위기를 겪은 뒤 그 산짐승의 사체를 손수 묻어주는 ‘검은 일’의 시훈, 모델하우스 일용직을 전전하며 성희롱에 고통받는 ‘가장 낮은 자리’의 지민 등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려 애쓰는 청년들의 모습도 담아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