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서 포기할 수 없는 한 줌의 사랑 [책마을]
박유경 소설집 <여분의 사랑>
다산책방에서 출간된 소설가 박유경의 첫 소설집 <여분의 사랑>에는 이 같은 내용의 ‘떠오르는 빛으로’를 비롯해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렸다. 인간이라서 포기할 수 없는, 한 줌의 사랑과 위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한경 신춘문예 출신인 박 작가가 그간 <여흥상사> <바비와 루사> 등 추리와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작품에서 두각을 드러낸 걸 떠올리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30대 초중반엔 날카로운 단면이 있는 찌르는 듯 불편한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이젠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온순하기만 한 건 아니다. 표제작 ‘여분의 사랑’에서 다희와 우주는 한때 애틋한 연인 사이였지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희는 결국 헤어지겠다고 마음먹는다. 이별을 결행하는 게 때로는 자신과 상대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소설은 서늘하게 말하는 듯하다.
코인 투자로 돈을 잃은 뒤 불법 폐기물 매립일을 하다가 의도치 않게 산짐승을 죽였지만, 죽음의 위기를 겪은 뒤 그 산짐승의 사체를 손수 묻어주는 ‘검은 일’의 시훈, 모델하우스 일용직을 전전하며 성희롱에 고통받는 ‘가장 낮은 자리’의 지민 등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려 애쓰는 청년들의 모습도 담아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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