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하늘로 돌린 시선…갤러리현대 정주영 개인전
산 풍경을 오랫동안 그려온 작가 정주영(54)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후 변화와 기상에 좀 더 민감해졌다.

매일 변하면서도 순환하고 반복되는 기상에 관심을 두게 된 작가는 계절과 시간을 나타내는 하늘의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정주영의 개인전 '그림의 기후'는 이런 시선의 전환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기상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Meteorology'의 'M'에서 제목을 딴 'M' 연작은 다양한 하늘의 모습을 담았다.

전시장 1층에는 일몰의 순간을 표현한 그림들이 걸렸다.

점차 형체가 흐릿해지며 사라져가는 태양의 강렬함을 포착하기도 하고 석양의 웅장함을 타원형의 캔버스에 담기도 한다.

전시 개막일인 15일 만난 정주영 작가는 "매일 보는 하늘에서도 가장 장엄한 것은 해가 질 때 같다"고 말했다.

"이걸 매일 반복해서 본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아주 평범한 순간이 반복되지만 뚜렷한 울림을 준다고 생각해 해가 지는 순간을 담은 그림들을 모았습니다.

"
산에서 하늘로 돌린 시선…갤러리현대 정주영 개인전
2층에는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과 구름을 표현한 그림들이 걸렸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한 조각 지나가는 모습이나 해가 떠오르는 모습처럼 금방 사라지는 순간들을 수많은 색의 레이어를 쌓아 그러데이션(gradation. 하나의 색이 다른 색으로 변하는 기법) 방식으로 재현한다.

'M40'과 'M41'은 거대한 먹구름에서 인체의 형상을 떠올리며 그린 작품이다.

삼원색을 혼합해 먹구름의 묘한 회색을 만들어냈다.

'M' 연작은 산 풍경 그림보다 색이 두드러진다.

형태가 없어 선으로 표현할 수 없는 하늘을 묘사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색채 표현이 주가 됐다.

"지난번 전시에서는 색을 억제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모든 색을 겹치고 다시 지우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색들이 있게 됐습니다.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조금 더 직관적으로, 강렬하게 감상자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
작가는 특히 "일몰 때 교향악이 장엄하게 들리는 것 같은 순간들을 경험했다"면서 "그런 순간을 어떻게 색으로 표현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전시에서는 산 풍경 연작도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작업하고 있는 '알프스 연작'의 최신작들이다.

전시는 3월26일까지 이어진다.

산에서 하늘로 돌린 시선…갤러리현대 정주영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