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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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조부모 사망 시 경조 휴가·경조금 지급 규정'에 친가(친조부모)만 포함되고 외가(외조부모)를 제외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경조 휴가 3일을 부여하고, 경조금 25만원을 지급하는 한 정보통신(IT)업계 A 중소기업 대표이사에게 "친조부모 상사(喪事)와 같이 외조부모 상사를 포함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 기업은 인권위에 "이 같은 경조사 규정은 자체 인사위원회 의결에 따른 것이며 복리후생 차원의 조치"라며 "외가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부연했다. 현재로서는 경조사 규정을 개선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A 기업의 설명이다.

다만 민법 제768조는 직계혈족을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으로 정의한다. 민법 777조는 친족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모계 혈족인지 부계 혈족인지 여부는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률상 조부모는 외조부모와 친조부모 모두 해당한다. 이들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민법 제974조에 의하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에는 서로 부양 의무가 있다.

이에 인권위는 "A 기업의 규정은 '가족 상황 및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며 "외조부모를 친조부모와 달리 취급하는 행위는 부계혈통주의 관행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관행은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원의 역할 분담에 대한 의식이 뚜렷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부계 혈통의 남성 중심으로 장례가 치러질 것이라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차별"이라며 "헌법 제11조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