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통령, 사법개혁안 놓고 "화약고 폭발"…중재안 제시
이스라엘 서안지구 정착민 거류지 9곳 허가…팔레스타인 반발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민 거류지 9곳을 소급해 인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말 출범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이 처음으로 취한 조치로, 팔레스타인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최근 수년간 정착민 거류지 수십곳이 무허가로 세워진 가운데 일부는 경찰이 철거하고 다른 일부는 소급해서 인가를 받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와 함께 성명에서 며칠 내로 새로운 정착촌 주택을 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파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정착민 주택이 1만 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착촌 감시단체 피스 나우에 따르면 1967년 전쟁으로 서안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정착촌 132곳을 건설했다.

국제사회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을 인정하지 않고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이날 이스라엘 정부의 발표를 규탄하고 거부한다고 밝혔다.

아바스 수반의 대변인은 "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도발로 더 많은 긴장과 갈등 고조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사태는 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서 격화해왔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도 앞서 정착촌 확장 움직임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평화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반대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안을 일컫는다.

이런 가운데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TV를 통한 대국민 담화에서 이스라엘 사회가 현 네타냐후 내각의 소위 '사법 개혁안'을 놓고 폭발해 붕괴할 지경에 있다면서 여야 간 대화를 촉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된 연설에서 네타냐후 내각의 개혁안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부재는 우리를 안으로부터 찢어놓고 있다"면서 "화약고가 폭발하려고 한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야당은 네타냐후 내각의 사법 개편안이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전날까지 수 주째 이스라엘에선 수만 명이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

국가 통합을 위한 상징적 역할을 하는 헤르초그 대통령은 현 사법 개혁안 입법 절차를 연기할 것과 함께 정부와 야당 간 즉각적 대화를 촉구했다.

또 이스라엘의 준(準)헌법적 성격을 갖는 기본법 제정과 함께 이에 대한 대법원 간섭 배제 등 5대 원칙에 기반한 중재안을 내놓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야당 측은 헤르초그 대통령의 대화 촉구와 중재안을 환영하면서도 내각이 13일로 예정된 첫 입법 절차를 중단하지 않는 한 대여 강경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개혁안은 정부의 판사 임용 권한을 늘리는 대신 행정권 남용을 견제해 온 대법원의 권한 축소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 자신이 과거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과정에서 이는 '이해 상충'이라면서 이스라엘 검찰총장까지 나서 비판하는 등 각계의 광범위한 저항을 불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에게 미국 민주주의처럼 이스라엘도 정부 기구 간 견제와 균형에 기초해 있다면서 간접적으로 이스라엘 사법부 독립성을 지지한 바 있다.

이스라엘 서안지구 정착민 거류지 9곳 허가…팔레스타인 반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