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설 반토막 난 중간설계, 180∼200개 입주업체 쫓겨날 판
2017년 첫 설계작 비해 초라한 규모…어시장 측 "초가집 짓나"

[※ 편집자 주 = 부산공동어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 수산물 산지 시장입니다.

근해 수산물의 30%가 이곳에서 처음 유통되고, 고등어의 경우 80%가 거쳐 가는 곳입니다.

부산 수산업의 '메카'이면서, 유통·가공업 등 후방산업을 이끄는 부산 수산업의 최전방 산업으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1963년 부산종합어시장으로 개장했고, 1973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꿔 현 건물인 남항으로 이전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시설은 노후화했고, 60년 전 비위생적인 경매 환경은 개선 없이 이어져 오며 최근에는 경쟁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재개발 사업인 현대화 사업은 2016년 국비를 확보하고도 지난 8년간 첫 삽조차 뜨지 못하면서 업계를 지탱해온 대형선망 등 선사 일부가 다른 도시로 이탈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부산공동어시장 위판 시스템의 실태와 지지부진한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우려 등을 5편에 걸쳐 보도합니다.

]
[흔들리는 부산 수산 메카] ⑤ 쪼그라든 현대화 사업에 우려(끝)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첫 설계안보다 시설 규모가 대폭 줄어든 중간 설계안이 나온 것으로 확인돼 수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부산공동어시장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조달청에서 적정성 심사를 받고 있는 현대화 사업 중간설계안을 보면 시설 규모가 2017년 첫 설계안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중간설계안에는 부산공동어시장 업무시설로 지상 4층짜리 건물 1개 동을 1만868㎡ 규모로 짓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부산시 공모에 선정한 첫 설계안은 업무시설을 8층짜리 건물 2개 동으로 짓는 것으로 되어 있다.

중간설계 과정에서 건물 1개 동이 통째로 날아가고, 나머지 건물의 층고도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중간 설계안대로라면 새 업무시설은 기존의 노후화된 건물의 업무 시설보다도 크기가 줄어든다.

면적만 높고 봤을 때는 기존 시설 면적인 2만1천396㎡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업무시설에는 중도매인을 비롯해 유통업체 사무실 등 250여 곳이 입주해 있는데, 크기가 줄면 이들이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흔들리는 부산 수산 메카] ⑤ 쪼그라든 현대화 사업에 우려(끝)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현대화 사업이 되면 180∼200여개 유통업체 사무실은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1973년 공동어시장이 여기로 이전할 때부터 입주한 분들인데 인제 와서 나가라고 하면 그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어시장 부가 가치 창출을 위해 이들을 더 불러 모으고 집약화해도 모자랄 판에 시설을 작게 지어서 쫓아내야 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헌 집 허물고 새집을 짓기는 하는데, 초가집을 짓고 있는 꼴이어서 전국 최대 산지 어시장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 단체인 항운노조 어류 지부 관계자도 "지금도 어시장 노동자들 대기 공간이 협소한 상태로, 인력 시스템과 근로 환경 정상화를 위해서는 훨씬 많은 공간이 필요한데 업무시설 축소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대화 사업 과정에서 아무도 노동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는데, 어시장이 상생을 위해 노동자의 요구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부산 수산 메카] ⑤ 쪼그라든 현대화 사업에 우려(끝)
어시장 냉동창고 규모도 2017년 첫 설계안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든 형태로 중간 설계안에 반영됐다.

첫 설계에는 1만㎡ 이상의 크기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지만, 중간 설계 과정에서 규모가 7천149㎡로 변경된 것이다.

지금의 냉동창고보다는 500㎡가량 커진 것이기는 하지만, 다시 짓는다는 의미 외에는 기능 확대 측면에는 방점을 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능별로 보아도 제빙(얼음 만드는 것), 저빙(얼음 저장하는 것) 공간은 확대되지만, 대신 냉장 공간은 기존 시설과 비교해 3분의 1로 축소된 것으로 확인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중간 설계 과정에서 줄여야 할 부분을 선택하다 보니 부가가치가 더 큰 제빙, 저빙보다는 주변에 민간 시설이 많은 냉장 공간을 줄이기로 협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설이 대폭 축소된 것은 부족한 예산 문제가 결정적이지만, 첫 설계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흔들리는 부산 수산 메카] ⑤ 쪼그라든 현대화 사업에 우려(끝)
국책 사업인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예산은 2016년 확보된 1천729억원(국비 70%, 시비 20%, 수협 5개 조합 10%)이다.

현재는 여기에 사업이 지연된 지난 8년간의 물가 상승 비용과 필수 공사비 누락분 등을 보정한 562억원을 추가해 중간설계안을 작성하고 조달청 검토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예산으로는 시설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사업의 위탁자인 부산시가 스스로 선정한 2017년 설계 공모안만큼도 시설을 못 짓는다는 게 의아하다"면서 "짓지도 못하는 설계를 당선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부산시가 스스로 주먹구구 행정을 했음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흔들리는 부산 수산 메카] ⑤ 쪼그라든 현대화 사업에 우려(끝)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축소 시설들이 현대화 사업의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어서 어시장 측의 우려는 지나치다고 반박한다.

부산시 담당 부서 관계자는 "현대화 사업의 핵심은 '위판시설 현대화'로 수산물 유통과정을 위생적으로 바꾸고 물류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는 변동이 전혀 없다"면서 "업무시설이나 냉동창고 등 부산공동어시장 법인의 임대 수입이나 부가가치 창출과 관련된 부분은 예산에 맞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축소한 부분도 어시장과 1년간의 협의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이는 최초 설계안과 관련해서는 "설계사 측도 공모에 당선되기 위해서 약간 무리하게 했을 수 있고, (어시장 등) 발주처에서 이것도 넣어 달라, 저것도 넣어 달라고 하면 아무래도 그렇게 (결과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중간설계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규모 조정을 위한 협의를 거쳤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적의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공동어시장 측은 시설 축소로 인한 우려 속에서도 사업은 우선 시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규모로 만들기 위해 원점부터 재논의하면 지난 8년간 끌어온 절차들이 물거품 될 뿐 아니라 이미 확보된 국비마저 반납해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우선은 속도를 내 첫 삽을 뜬 뒤 부족한 부분은 추가 사업을 통해 제대로 된 어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부산시는 전담팀을 구성해 현장을 살피며 사업을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