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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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의 행방불명과 친모의 양육 포기로 강제 출국 위기에 처한 중국 동포 어린이가 친할머니에게 입양됐다. 법원의 친할머니 입양 허가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제1부(최호식 재판장)는 중국 동포 어린이 A양(12)의 할머니가 청구한 입양신청에 대해 이를 불허한 원심을 취소하고 입양을 허가했다.

A양은 다섯 살던 2014년 할머니(68)의 손에 이끌려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당시 A양은 중국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던 중국 동포 아버지의 행방불명과 어머니의 가출로 혼자 남겨진 상태였다.

A양 할머니는 2007년 귀화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였지만 중국 국적을 가진 친부모를 따라 중국 국적이었던 A양을 국내에 장기체류하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할머니는 수소문 끝에 재외동포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친모를 찾아내 A양이 방문 동거 자격으로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중국에서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A양은 입국 이후 건강을 되찾고 학교에도 다니게 되었다.

A양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20년 친모가 재혼해 중국으로 출국을 준비하면서 A양도 국내 체류 자격을 잃고 중국으로 강제 출국당할 위기에 처했고, A양 할머니는 손녀를 친딸로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법원에 입양 허가를 신청했다.

1심 재판부는 "부친의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입양을 허가하면 할머니가 어머니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기각했다.

또 입양제도가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A양 할머니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항고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취소하고 입양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친부는 9년간 행방불명이고 친모는 양육을 포기해 입양되지 않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할머니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며 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해왔다"고 입양 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A양이 할머니의 자녀가 되고 싶다고 밝히고 있으며 입양이 되더라도 가족 내부 질서가 혼란해지거나 A양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류은주 변호사는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의 혼란이라는 측면보다는 입양 아동의 복리를 먼저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