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총 압수수색 마친 국정원 직원들 >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방첩당국은 민주노총 핵심 간부 등 4명이 북한과 접촉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
< 민노총 압수수색 마친 국정원 직원들 >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방첩당국은 민주노총 핵심 간부 등 4명이 북한과 접촉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과 전·현직 간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은 이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지령을 받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노총은 ‘공안통치 부활’이라고 맞서며 강경 투쟁을 예고해 노정 관계가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 접촉”

방첩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날 민주노총 본부 실장급 간부 A씨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보건의료노조 선전실장,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제주 평화쉼터 대표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은 혐의(국가보안법 8조 회합·통신 등 위반)를 받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수년간 내사한 사건”이라며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증거를 토대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을 비롯해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의 전남 담양 주거지, 제주 평화쉼터 대표의 제주도 자택 및 사무실에도 수사관을 보내 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제주 평화쉼터 대표는 과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서 활동했다.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민주노총 및 산별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첩당국은 A씨 등이 민주노총 본부가 비교적 수사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해 사무실에 관련 내용을 은닉했을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 “총력 대응” 예고

이날 민주노총은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섰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격앙된 일부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국정원 및 경찰의 진입을 막아서며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와서 마치 체포영장 집행하듯 병력이 밀고 들어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저지른 말실수, 이태원 국정감사 야당 단독 보고서 채택 등을 덮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밝힌 민주노총 관련자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네 건이 같은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노정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전 부위원장 등 조합원들이 연루된 금속노조는 이번 사건을 ‘공안탄압’이라며 긴급 상무집행위원회를 소집해 투쟁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단 한 사람의 조합원에 대한 침탈이 있어도 즉각 전 조직적으로 총력 대응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통해 “(정부는) 노동조합 회계에 큰 비리나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근거도 없이 노조를 부패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이번에는 공안사건까지 터뜨리며 노조를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대공 혐의가 분명하다”며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노동자 권리 신장 등 본연의 기능보다 정치 구호에 주력해 비판받아왔다. 지난 11일 민주노총은 국정원이 최근 제주·창원 등에서 활약한 북한 연계 간첩단 지하조직 수사를 한 것과 관련해 “과거 공안통치 회귀로의 모든 시도에 대해 반대하며 2023년 대명천지에 벌어지는 ‘간첩단 사건’에 분노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동현/곽용희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