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中 성장률 반등하지만…향후 10년간 5%대 힘들 것"
국제 문제 전문가인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사진)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 목표치인 5%대로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브레머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인터뷰에서 “전망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힘들지만 올해 중국 경제가 회복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올해엔 각종 규제가 풀렸기 때문에 소비가 늘고 공급망 문제도 시간을 두고 점차 개선돼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다만 “적지 않은 중국인이 백신을 맞지 않아 당분간 사망자가 늘고 중국 정부도 그런 점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르면 이달 안에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가 그랬던 것처럼 2월엔 중국도 집단면역 상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중국의 장기 전망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브레머 회장은 “중국의 민간 영역은 여전히 정부 통제를 받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부채와 부실 기업도 중국 정부가 풀기 어려운 고질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그는 “향후 10년간 중국의 평균 성장률은 중국 정부 목표치인 5~6%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정세도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브레머 회장은 “세계화 질서 속에서 50년 가까이 중국이 세계 공장 역할을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세계 경제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은 고속성장의 역풍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중국 경제가 2028년에 미국 경제를 앞지를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 시기가 2030년 이후로 더 늦어지고 역전 가능성도 20% 정도로 낮춰 잡았다”고 설명했다.

브레머 회장은 중국의 정치 리스크를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1년 내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고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중국 정부는 ‘세계 최고의 정책이며 국민 모두를 보호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고 지적했다.

브레머 회장은 1994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8년 유라시아그룹을 창업해 세계 최대 정치리스크 컨설팅 기업으로 키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가 사라졌다는 의미의 ‘G제로’ 이론을 제시해 반향을 일으켰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