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에 적시…서훈 지시에 서욱 "자료 삭제·출력물 세절"
"서훈, 연합뉴스 첫 보도 후 '월북 몰이' 결의"
서훈 피살 '은폐 지시'에 비서관 "미쳤어, 뒷감당 어쩌려고"
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공소장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를 결정한 직후 일부 비서관들은 강하게 반발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전 실장은 이러한 은폐 시도에도 피격·시신 소각이 최초로 보도되자 비판적 여론을 피하고자 '월북 몰이'를 결심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서 전 실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9시께 열린 비서관 회의에서 "발생한 사건을 신중히 검토하겠다.

비서관들은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일부 반발한 비서관들은 사무실로 돌아와 "이거 미친 것 아니야, 이게 덮을 일이야?",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해? 알 수밖에 없을 텐데", "실장이 그러잖아. 실장들이고 뭐고 다 미쳤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 날 새벽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의 은폐 지시를 받은 서욱 전 국방장관은 더욱 강도 높은 지시를 국방부 내에 내렸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최고 수준의 작전보안 유지, 첩보·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삭제하고 출력물이 있을 경우 즉시 세절, 예하 부대가 관련 내용을 알면 화상 회의를 통해 교육 등을 이행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이행자까지 지정했다.

이에 따라 56개 부대에 수신 전문,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60건, 18개 부대 군 내부 정보 유통망 내 5천417건 사건 첩보 보고서가 삭제됐다.

서 전 실장의 회의 결과 정리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은 '기록을 남길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참석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은폐 시도와 자료 삭제에도 23일 오후 10시50분께 연합뉴스의 보도로 피격·시신 소각 사실이 최초로 드러나자, 서 전 실장은 '월북몰이'를 결의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서 전 실장은 9월24일 오전 8시 3차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개최, 사건 실체를 공개하되,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발표하도록 서 전 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에게 지시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과 차별화를 시도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은 이러한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자진 월북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음에도 자진 월북 추정 경위를 발표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당시 이를 수사하던 인천해양경찰서 수사팀도 "진행된 수사가 없다"며 결과 발표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당시 발표는 이대준씨를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국민적 비난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정한 '월북'이라는 결론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된 허위 내용이라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