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 월드아트엑스포(WAE) 조직위원장이 9일 서울 수송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김교식 월드아트엑스포(WAE) 조직위원장이 9일 서울 수송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한국이 ‘아시아 미술 허브’가 되려면 미술을 즐기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야 합니다. 다음달 처음 개최하는 월드아트엑스포(WAE)를 통해 지금의 ‘엘리트 미술’을 ‘생활 미술’로 넓히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김교식 WAE 조직위원장(70)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여는 ‘제1회 WAE’를 국내 대표 종합 미술박람회로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과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뒤 아시아신탁 회장으로 일했다.

30년 가까이 공직자로 살아온 그가 미술에 눈에 돌린 것은 2011년께다. ‘민간인’이 된 뒤 중학교 때부터 가슴 속에 품어왔던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워보자고 결심한 것. 그렇게 10년간 여러 화가를 찾아 그림을 배웠고, 지난해엔 첫 개인전도 열었다.

WAE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한국미술협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면서다. 미술협회는 4만여 명의 화가 조각가 판화가 등이 가입한 국내 대표 예술인 단체다. 이광수 미술협회장은 화가인 동시에 ‘베테랑 행정가’인 김 위원장에게 WAE를 함께 기획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수많은 아트페어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을 받는 건 갤러리와 몇몇 유명 작가 중심이기 때문”이라며 “유명 작가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누구나 쉽게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닦자는 WAE의 취지에 공감해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했다.

미술협회는 우선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미술대회를 열기로 했다. 온라인 미술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작품을 출품할 수 있도록 한 뒤 대중과 전문가 투표를 거쳐 예선 통과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소속 갤러리가 있는 유명·중견 작가들이 주로 등장하는 아트페어와 달리 신진 작가를 적극 발굴하기 위해 이런 시스템을 개발했다. 예선을 통과하면 미술협회의 지원을 받아 WAE에서 전시할 수 있다. 행사 기간에는 현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투표해 특별상도 수여한다.

순수미술 작품 전시·거래뿐 아니라 미술 관련 산업까지 망라하는 것도 다른 아트페어와 차별화한 포인트다. 김 위원장은 “힙합과 미술을 접목한 공연부터 웹툰 화구 등 미술 관련 산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박람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행사 이름을 아트페어가 아니라 ‘엑스포(박람회)’로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는 먼저 국내 작가들을 중심으로 행사를 연 뒤 점차 해외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는 김환기·이우환·박수근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 23명의 작품과 갤러리 120여 개를 유치해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미술협회가 속한 국제조형예술협회(IAA)의 각국 지부와 협력해 해외 작가들도 적극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