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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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의원 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 제안을 두고 "아니면 말기 식 국민기만극이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정치개혁 완수를 향한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내라"고 요구했다.

전용기 "중대선거구제 제안, 자긴 던질테니 국회가 수습하라는 오더정치"

전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에서 "중대선거구제, 미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의 정치개혁과제 이번에는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며 "다만 최근의 논의가 중대선거구제 하나만으로 귀결되는 듯한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은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탓인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이에 4일에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직접 대통령이 구체적인 안이 있어서 한 말은 아니다”라며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있어 논의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전 의원은 대통령의 어설픈 메시지가 오히려 정치개혁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여러 정치개혁방안 중 중대선거구제 단 하나만을 꼭 짚어 제안하면서 정작 함께 논의할 주체는 모두 빠지고 소선거구제나 중대선거구제 두가질 두고 이게 옳니 저게 옳니 따지고 있다"며 "'나는 던질테니 수습은 국회가 해라'는 구태스런 하명정치, 오더정치"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으로만 여당에 오더를 던질게 아니라 확실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평생의 과제로 정치개혁에 전념했고 이를 위해 2003년, 2005년 두 차례나 내각 임명권 전체로 승부수를 걸었다"고 말했다.

전용기가 얘기한 노무현의 승부수란?

전 의원이 이야기한 '노무현의 승부수'는 노 전 대통령의 2003·2005년 국회 시정연설을 일컫는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총선부터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해 선거법을 개정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런 저의 제안이 총선에서 현실화하면 저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제안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2005년의 '대연정 파동'으로 이어진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의 선거제도 변경을 당시 야당이 한나라당이 동의해준다면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관 임명권을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오늘날 정치권에서는 정치개혁을 향한 노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호응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은 "대통령중심제에서 인사는 대통령이 행사하고,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라며 "민생에나 신경쓰라"고 제안을 거절했고, 여당에서 조차 일부 의원들이 탈당하고, 문희상 당 의장이 직접 청와대를 찾아 "연정 제안을 철회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할 정도였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