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올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투자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올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투자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뉴스1
기획재정부가 3일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두 배가량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국회에서 정부안이 통과된 지 불과 11일 만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나흘 만이다.
반도체 세액공제 '최대 25%'로 늘린다지만…巨野 반대가 변수

대기업 세액공제 두 배로

경제계는 지난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2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기재부에 요구했다. 국민의힘도 반도체특위를 구성해 세액공제율을 20%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8%도 충분히 많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국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대만보다 낮지 않다는 논리였다. 세액공제율을 높이면 세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안(6%→8% 상향) 그대로 통과됐다.

기재부가 본회의 11일 만에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방안을 다시 발표하게 된 것은 윤 대통령의 ‘질책성 지시’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하폭이 정부안보다 크지 않은 점도 한 요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겠다고 했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조정하는 것으로 축소됐다”며 “법인세율 인하를 통한 투자심리 확대가 의도대로 되지 못해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을 추가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되면 세수 3.6兆 준다

반도체업계와 경제계는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했다.

관가에서도 기재부가 과감한 방안을 내놨다는 평가가 많다. 대기업은 세액공제율이 15%로 높아지는 데다 투자 증가분(올해 투자액-3년 평균 투자액)에 대해서는 올해에 한해 10%를 추가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새로 공장을 짓거나 지난 3년간 투자를 안 했던 대기업은 올해 투자분에 대해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라면 35%까지 가능하다. 대만(5%)은 물론 미국(25%)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부활시킨 것도 파격으로 평가된다. 미래차와 바이오헬스 등 분야가 포함된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올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3%→6% △중견기업 6%→10% △중소기업 12%→18%로 상향 조정된다. 일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역시 지금보다 2%포인트씩 높아진다.

투자 업종 및 목적과 상관없이 기업 투자에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1982년 도입됐고 2011년 폐지됐다. 경제계는 계속 부활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그때마다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관계자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한번 시행하면 다시 폐지하기 쉽지 않아 기재부 입장에서는 절대 쓰고 싶지 않은 카드였다”며 “기재부가 그만큼 절박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재부가 이날 내놓은 방안이 모두 시행되면 내년에만 3조6500억원 규모의 세수가 줄어든다. 올해 예상 국세 수입(400조5000억원)의 1% 수준이다. 추 부총리는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이고, 기업이 성장하면 세수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수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원포인트로 법안을 고치는 것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기재부가 스스로 만들어 통과시킨 법 개정안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며 “(제출한 법안을) 들여다는 보겠지만 현재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애초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0%로 하자고 했었다.

도병욱/정의진/이유정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