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요체는 이념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접점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최소한 상대를 인정하는 공존의 틀이 작동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둬 민생과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새해 정치권을 돌아보면 희망보다는 퇴행이란 단어가 더 앞선다. 신년 덕담조차 사라지고 여야는 서로를 향해 험한 말만 쏟아내고 있다. 정치가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되기는커녕 그 자체가 문제 덩어리라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갈등을 조정해 나가는 정치의 기본은 실종됐고, 조롱과 비아냥만 판치고 있다. 우리 편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와 극단적 대결 구도가 정치 실종을 부른 것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확대 재생산해 진영논리가 곳곳에 뿌리 깊이 박혔다. 지독한 정치 이념 과잉이 낳은 고질적 병폐다. 오죽하면 진영이 다른 사람과 마주 앉아 밥 먹기가 불편하고, 연애도 하기 싫다는 소리가 나올까.

새해엔 이런 비정상적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주문은 ‘기대난망’ 같아서 선뜻 꺼내고 싶지 않지만,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을 보면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여권부터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집권 1년차가 워밍업이었다면 이젠 실전이다. 선거가 없는 집권 2년차는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노동·연금 등 개혁을 추진하기에 골든타임이다. 이 기간에 주춧돌을 놓아야 임기 후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집권 중반기 이후로 넘어가면 국정 동력이 약해져 영영 기회를 잃을지 모른다.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여소야대’ 지형은 거대한 장애물이다. 싫든 좋든 의회 권력을 쥔 거대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낼 더욱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할이 크다. 국민의힘은 집권 이후 수개월 동안 집안싸움에 함몰돼 여당 기능을 잃었다. 대안도 없이 무기력하게 야당에 질질 끌려다닌 결과는 지난해 말 낙제 수준의 각종 법안과 예산안 처리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표 경선전에 나선 후보들은 당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비전보다는 ‘친윤(친윤석열)’ ‘비윤’만 앞세우니 한심하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비상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국정 현안을 국회에서 제대로 뒷받침하는 집권당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야당도 바뀌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했지만, 반성은커녕 다수 의석에 취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입법 폭주를 거듭하면서 집권당처럼 행세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민생을 위한다며 ‘억강부약 대동세상’ ‘초부자 감세’ ‘국민명령’과 같은 선동적 구호로 포장해 추진한 온갖 정책이 반민생의 모순적 결과를 낳을 것이란 사실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방탄정당’ ‘사당화(私黨化)’ ‘챗봇 정당’ 비아냥을 듣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의 심각한 퇴보다. 대표 개인과 당을 일체화하는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고 팬덤의 굴레에 스스로 가둬놓고선 여권을 겨냥해 “민주주의의 후퇴” 운운할 자격이 없다. 민주당이 강경 지지층에 함몰돼 축소지향적, 과거지향적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또 한 번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거대 야당으로서 책임을 조금이나마 갖고 있다면 ‘반윤석열’ 구도에만 매달릴 게 아니다.

여야에 협치를 요구한다고 해서 얽히고설킨 칡넝쿨처럼 무조건 서로를 끌어안으라는 게 아니다. 각자 지켜야 할 원칙은 고수하되 무엇이 진정 민생의 길인지를 한 번이라도 돌아보길 바란다. 국민도 달라져야 한다. 내 편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는 민주 정치를 해치는 해악이다. 선심 공세에 휘둘리지 않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게 정치가 바로 서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