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촬영 장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촬영 장면.
영화 ‘아바타2: 물의 길’이 국내 개봉 2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 1편으로 전 세계 영화관을 뒤집어놓은 뒤 13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이다.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등의 흥행작을 줄줄이 내놓은 할리우드의 거장 카메론. 카메론 영화 ‘아바타2’ 한 편에 투자사 디즈니의 주가까지 출렁이며 관심이 다시 커진 요즘, 영화에 곁들여 읽기 좋은 책이 나왔다.

영국 영화평론가 이언 네이선이 쓴 <제임스 카메론, 비타협적 상상의 힘>은 카메론 감독의 45년 영화 인생을 집대성했다. 카메론과 한 인터뷰, 카메론의 강연 등을 참고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아냈다. 지난달 원서가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책마을] 나이아가라폭포의 꼬마, '아바타2' 만들다
책은 카메론의 생애에서 작품 해석으로 나아간다. 카메론은 1954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소도시 치파와에서 태어났다. 나이아가라폭포 외곽으로, 책의 표현대로면 “어디를 가더라도 폭포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을이다. 거대한 자연, 특히 물의 절경을 바라보며 자란 어린 카메론은 심해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물 속 세계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 부모를 설득해 버펄로에 있는 YMCA 수영장에서 스쿠버 수업을 듣기도 했다. 열일곱 살에는 해저 바닥에 숨겨진 외계인에 대한 단편소설 ‘어비스’를 써냈다. 이 짧은 이야기가 훗날 심해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 ‘어비스’가 됐다. ‘아바타2: 물의 길’도 이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책은 각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뒷이야기, 카메론의 작품 세계를 꿰뚫는 문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 “카메론이 자신의 경력 중에서 가장 아이러니라고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기술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의존에 경고를 하기 위해 훨씬 더 진보된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기계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기계의 발전이 필요하다니! 카메론은 편집증적인 꿈을 해석하는 파멸의 예언자이다.” 카메론은 컴퓨터그래픽(CG) 등 첨단기술을 동원해 인간 중심주의, 기술 만능주의에 경고를 날린다.

카메론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렸을 리는 없다. 영화계 입문 초기 ‘피라냐2’ 감독을 맡았다가 예산이 부족해 호텔 방에서 직접 고무 물고기를 만들어 색칠했고, 제작자가 멋대로 짜깁기한 상태로 영화가 개봉되는 굴욕을 맛봤다. ‘에이리언2’ 시나리오 마감 일정을 못 맞췄다가 “할리우드에서 다시는 일하지 못할 것”이라는 악담을 듣기도 했다.

다만, 이 책은 카메론이 대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상상력의 원천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는 않는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그 부분일 텐데 말이다. 매 작품에 카메론이 얼마나 성실하게 임했는지 자세히 묘사할 뿐이다. 예컨대 ‘검증되지 않은 감독’이었던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투자자와의 약속 자리에 터미네이터처럼 분장한 배우를 데리고 나간다. 바이커 부츠를 신고 낡은 가죽 재킷을 걸친 상처투성이의 남자로 시나리오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나는 최고다.” 책의 첫 장에는 카메론의 이런 말이 적혀 있다. 그리고 뒤이어 이런 말도. “나는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때까지 계속 작업한다.”

블록버스터 전문 영화감독에 대한 책이 아니랄까 봐 책의 스케일이 크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일반적인 책 크기의 1.5배인 가로 248㎜, 세로 292㎜짜리 널찍한 판형을 택했다. 책 무게가 1.7㎏에 달한다. 덕분에 촬영 뒷이야기 등 본문뿐 아니라 수록된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이타닉’ 등 카메론의 주요 영화 스틸컷은 물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케이트 윈즐릿 등 스타 배우들의 촬영 당시 모습이 알차게 담겨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