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삽 들고 무너진 지붕 복구하고 눈 치우고
폭설로 내려앉은 '농심'에 손길건넨 육군장병·전남도공무원들
"혼자서는 손도 못 대요.

젊은 양반들이 오셔서 눈 퍼내 주니 정말 고맙죠."
27일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한 비닐하우스에서는 육군 장병들이 눈삽을 들고 무너진 지붕 위에서 분주히 눈을 퍼냈다.

육군 31보병사단 장병들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폭설로 하우스 파손 피해를 본 농가에 일손을 보탰다.

장병들은 발목만큼 두껍게 눈이 쌓여 땅으로 주저앉은 하우스 위로 올라가 눈을 퍼 하우스 밖으로 빼냈다.

삽이 없는 장병들은 장갑을 낀 양손으로 딱딱히 굳은 눈을 들어 고랑으로 던져냈다.

매서운 추위로 장병들의 볼과 귀는 금세 빨개졌고 머리카락은 땀과 눈으로 축축해졌다.

하우스 위에 쌓인 눈이 치워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우스 주인 박종욱(79) 씨는 연신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박 씨는 "주말에 무너졌는데 지금까지 손도 못 대고 있었다"며 "혼자서는 절대 못 할 일인데 젊은 분들이 오셔서 눈을 퍼내 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장성군 진원면 한 염소 농가에서도 공무원 30여 명이 폭설로 무너진 하우스 축사를 철거하느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전남도청 농축산식품국 직원들로, 무너진 하우스 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하우스 비닐과 철사·파이프 등을 분리해 인근 공터로 옮겼다.

3개 동이 한 번에 무너져 막막했던 농장 주인은 한시름 놓았다.

박래섭(60) 씨는 "5개 동 중 절반 이상이 무너져 내린데다 깔린 염소들이 5마리나 죽었다"며 "염소들을 임시 축사로 급히 옮겼지만 1개 동에 100마리 넘게 들어가 있어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처음에 중학교 동문이랑 면사무소, 군청 직원들이 와서 도와줬고 오늘은 도청 공무원들이 와서 철거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철거 작업을 하던 김재천 식량정책팀장은 "아직 눈이 쌓여 있어 발도 시리고 힘들기도 하지만 피해 농가와 함께 아픔을 나누고 대책을 고민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남 대설 피해는 농업 시설하우스 95 농가·150동, 축사 19 농가·42동, 양식장(육상) 2 어가 9동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남 농어촌 지역 피해는 계속 접수되고 있으며, 전남도청은 복구 지원이 필요한 곳을 대상으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피해가 큰 곳을 중심으로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