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역대 정부 가운데 이 정도로 자본시장에 ‘진심’인 적은 없었다.”

증권업계 안팎에서 올해 금융당국의 행보를 두고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물적분할, 내부자거래, 공매도 등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주요 사안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빠짐없이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새 정부 국정과제 설계를 주도했던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자본시장 민간전문가 간담회에서 여덟 가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물적분할 관련 주주 보호 △불공정거래 근절 △공매도 제도 개선 △상장폐지 제도 개선 △내부자거래 관련 투자자 보호 △감사인 지정제 △증권형 토큰 △모험자본 공급 등이다.

금융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모든 과제에 대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먼저 지난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물적분할 이슈에 대해 공시 강화, 상장심사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등 3중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7월에는 일부 증권사가 공매도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자 공매도 제도도 대폭 개선했다. 개인투자자의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 낮춰 기관투자가와의 격차를 줄였다. 공매도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법인명을 공개하고 불법 공매도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적발되면 범죄수익과 은닉재산도 박탈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인 불공정거래 과징금 도입,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등은 정책 발표 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위는 내년 초 증권형토큰 발행·유통체계 정비 방안과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국정과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한국만의 낡은 자본시장 규제도 뜯어 고쳤다. 30년간 유지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고 상장사 영문공시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깜깜이 배당 제도’는 선진국처럼 배당금 규모를 확정한 뒤 배당받을 투자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기관투자가들이 납입 능력을 초과해 주문을 넣는 ‘허수성 청약’ 문제에 대해서도 주관사의 적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가 짧은 기간에 이토록 많은 제도 개선안을 쏟아낸 배경에는 김 부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자본시장 공약의 밑그림을 그렸다. 당선 이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5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자본시장 국정과제를 설계하고 이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 자본시장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금융위원장보다도 세부 이슈에 깊게 관여한다는 설명이다.

김 부위원장은 올해 하반기 네 차례에 걸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릴레이 세미나’에도 모두 참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국회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세미나 축사를 맡을 정도로 자본시장 국정과제 이행에 대한 의지가 컸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김 부위원장이 강조한 내용이다. 올해 금융위는 대부분 정책 개발 과정에서 서울대, 자본시장연구원 등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맡겼다. 수차례에 걸친 세미나를 통해 주요 정책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시 일반투자자 보호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지만,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에 만족하지 않고 일반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형교/이동훈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