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병언 기자
사진=김병언 기자
다올인베스트먼트는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불린다. 1981년 문을 연 공기업 한국기술개발이 전신이다. 40년 넘는 업력을 쌓아 운용자산(AUM) 1조 5000억원을 굴리는 ‘톱 티어‘ VC로 성장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몰로코 등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키워냈다. 특히 배달의민족엔 2014년 23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625억원을 회수(엑시트)하면서 26배의 차익을 실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선 “될성부른 떡잎을 잘 알아보는 VC”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성장엔 김창규 대표는 21일 “3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웹3.0 등 블록체인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4년 다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했다. 굵직한 투자는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김 대표는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운을 뗐다. 연초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미·중 갈등, 인플레이션 등은 벤처 투자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악재 속에서도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벤처 펀드 2개를 결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2613억원 규모의 ‘다올 2022 스케일업 펀드‘와 435억원 규모 ’다올 2022 스타트업 펀드를 만들며 올해만 3000억원 이상 AUM을 늘렸다. 사명을 KTB네트워크에서 바꿔 단 뒤 모태펀드 정시 출자 사업에도 선정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올해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보수적인 입장에서 펀드레이징(모금)에 집중해왔다“며 ”어려운 시기에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를 많이 확보해 둔 만큼 안정성 측면에서는 ‘톱 클래스’라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내년에 해외 투자에도 더욱 열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열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미국, 태국, 중국 등에도 거점을 마련해뒀다. 싱가포르를 필두로 인도네시아나 인도처럼 소비 시장이 탄탄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급망 이슈 탓에 그동안 소외됐던 팹리스 스타트업들이 주목받았다”며 “파두나 리벨리온, 퓨리오사AI 같은 좋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향후 떠오를 트렌드로는 웹3.0을 꼽았다.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인프라 분야가 새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최근 싱가포르 기반 웹3.0 전문 VC인 블록체인파운더스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했다. 1990~2000년대에는 인터넷이 삶을 바꿔놨다면, 2010년대엔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혁명이 있었다. 앞으로는 블록체인이 패러다임을 이끈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웹3.0 분야가 핀테크와 결합하면 제2의 비바리퍼블리카 같은 대형 스타트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분야에도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에어택시 회사 조비에비에이션을 비롯해 호라이즌보틱스(중국 자율주행), 그랩(동남아시아 차량 공유업체), 포티투닷(한국 자율주행) 등에도 투자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지금도 생존에 집중할 때라고 조언했다.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때 눈을 낮춰서라도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플랫폼 회사들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우후죽순 생겼던 포털 업체 중 지금 살아남은 곳은 네이버와 카카오 정도“라며 ”결국 1,2등 회사가 밸류에이션을 독식하는 현상이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