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비 안 내려 참깨 농사 절반 망쳐…내년 더 심각할까 걱정"
전북 누적 강수량 평년 대비 71%·저수율 32%…겨울가뭄 계속될 듯
[물이 없다] ①"바닥 드러난 저수지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와요"
[※ 편집자 주 = 농도(農道), 전북의 저수지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낮은 저수지 수위는 농업용수의 한계를 의미합니다.

올해 강수량은 평년과 비교해 낮은 수준입니다.

농한기는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영농철로 접어드는 내년 4∼6월에도 그럴까요.

내년 농사를 걱정하는 농민은 벌써 애가 탑니다.

일부 지자체가 '물 다툼'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늘만 쳐다볼 수는 없습니다.

연합뉴스는 수심에 찬 농심, 저수율 실태와 가뭄 상황, 겨울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을 3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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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어찌나 비가 안 왔는지 참깨가 야물게 영글지를 못했어요.

방법이 없으니 비가 언제나 내릴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요.

"
지난 13일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만난 옥정리 이장 김성기(74)씨가 드넓은 참깨밭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옥정리 일대는 산간 지역에 있다.

지대가 높다 보니 별도의 담수 시설이 없어 김씨를 비롯한 마을 농민 대부분이 천수전답(빗물에만 의존하는 논과 밭)을 한다.

빗물을 마을 가운데에 난 수로에 가둔 뒤 호스를 연결해 농업용수로 쓰는데, 올해는 비가 적게 내려 밭에 물을 대기가 어려웠다.

비를 맞지 못한 곡식들은 대부분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김 씨는 "곡식이 열매를 맺을 때 수분을 흠뻑 빨아들여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데 여름에 비가 적게 내리니 쭉정이가 많았다"며 "참깨나 고추 수확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반도 못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수로가 가득 찰 때가 많은데 올해 여름에는 한 번도 없었다"며 "집 앞에 있는 밭은 집에서 물을 길어다가 뿌렸는데 멀리 있는 밭들은 방법이 없어 내버려뒀다"며 걱정했다.

김 씨의 말처럼 올해 전북에는 유난히 비가 적게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6개월(지난 6월 15일∼12월 14일)간 전북의 누적 강수량은 700.6㎜로 평년 976.9㎜보다 71.7%에 그쳤다.

[물이 없다] ①"바닥 드러난 저수지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와요"
'내년에는 적정한 비가 내려주기를' 비는 마음은 벼농사를 짓는 농민의 마음도 같다.

김제시 진봉면에서 4만여㎡(1천200평) 농사를 짓는 박용운(75)씨는 옥정호를 바라볼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목적댐인 옥정호(섬진저수지)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용수로를 통해 김제와 정읍, 부안 일대 3만3천㏊ 농경지에 물을 공급한다.

특히 드넓은 평야로 유명한 김제는 농업용수를 대부분 옥정호를 통해 공급받는데, 올해 비가 내리지 않아 옥정호의 저수율이 전년 100%에서 40%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비가 적게 내려도 댐이 마른 정도는 아니라서 올해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나날이 수위가 줄어드는 옥정호를 바라볼 때마다 내년이 걱정된다"며 "모내기를 하는 봄철까지 옥정호가 출렁거릴 만큼 비가 충분히 내렸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의 말처럼 옥정호는 수심이 낮아지면서 출렁다리 인근 땅은 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라지고 메말랐다.

옥정호 수위가 내려가면서 물속에 잠겨있던 돌이나 수풀이 모습을 드러냈고, 저수지 가운데에 있는 붕어섬도 평소보다 크기가 더 커졌다.

옥정호처럼 평년 대비 저수율이 50% 이하인 도내 저수지는 418곳 중 33곳에 이른다.

이 중 저수율이 30% 이하인 곳은 11곳이다.

[물이 없다] ①"바닥 드러난 저수지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와요"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마음과 달리 남부 지방의 가뭄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우선 내년 1월까지 전북과 전남, 광주 등 21개 지역에서 기상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내에서는 고창과 순창, 임실, 정읍 등 4개 시·군에서 내년 1월까지 6개월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약 65%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