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저 한국인 다 됐어요"
누군가 내게 한국이 왜 특별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한국 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의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그들의 습관을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인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매우 감정적이고 열정적이다. 한국 사람의 삶에서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드라마(K드라마)뿐만 아니라 실제 삶도 드라마틱하다. 한국의 인간미라고 할까? 이런 점이 한국을 ‘아시아의 이탈리아’라고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나 역시 드라마틱한 삶을 즐기는 부류라서 그런지 한국인들과 딱 맞는 느낌이다. 하지만 다른 독일인은 이런 역동적인 면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자주 늦은 밤이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밤에 많은 일이 일어나니까! 독일과 달리 퇴근 후 곧바로 집에 가는 것은 한국적이지 않다. 대부분 오랜 시간 근무하고 난 후에도, 퇴근 후 친구들과 어울려 술과 함께 저녁식사를 즐긴다. 저녁식사 자체는 짧게 끝나는 편이지만 대부분 2차를 가고, 때로는 3차, 4차, 심지어 5차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저녁식사 후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거쳐,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기까지. 밤늦게까지 버틸 수 있는 능력은 한국에서 살아남는 데 필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들에게 다음날 늦게 출근할 특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이 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독일인의 생활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노래방을 제외하더라도, 독일인에게는 주말 정도에나 가능한 일이다. 독일에서는 주중에는 대부분 퇴근 후 바로 귀가한다.

2015년, 한국에 오기 전 필자는 휴대폰과 무관한 사람이었다. 독일에서도 갖고 있기는 했지만 거의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은 세계에서 네트워크가 가장 발전한 나라 중 하나다. 엘리베이터 안은 말할 것도 없고, 지하철에서부터 산 정상까지 어디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이와 달리 독일은 아직도 전화가 안 터지는 지역이 종종 있다.

또한, 휴대폰은 이제 연락처에서부터 사진까지 내 삶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유럽에 사는 필자의 두 딸은 자기들과 이야기하는 대신 휴대폰을 더 뚫어지게 보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엄마가 스마트폰에 중독됐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 한국에서는 딱 맞게 사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신속한 처리에 초점을 맞춘 “빨리빨리”(영어로 “hurry, hurry”) 문화 속에 살고 있다. 30분이면 끝나는 결혼식이 그렇고(10분 늦어도 결혼식의 주요 장면을 놓치기 일쑤다), 터널이나 집도 빠르게 짓고, 삶의 모든 부분에 빨리빨리 문화가 적용되는 듯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한국 사람들은 기술이나 인프라에서 최신 유행에 재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한다. 심지어 몇십 년 전 한국이 빈곤국이었을 때를 경험한 기성세대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노년층도 휴대폰을 손쉽게 다루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독일의 노년층을 떠올려보면 이는 흔한 풍경이 아니다. 물론 이방인인 우리가 한국 사회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더 이해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