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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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만9000원짜리 5세대(5G) 데이터 무제한(110GB+속도제어) 요금제를 사용하던 50대 김모 씨는 최근 월 데이터 10GB(기가바이트)에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LTE요금제로 바꿨다. 월 통신요금은 1만4900원. 기존 요금보다 무려 5만4100원(78.40%)이나 아낄 수 있었다.

그는 "가족결합할인으로 묶여있어 혜택을 놓칠까 봐 그동안 해지를 하지 못했는데 총 할인금액을 감안해도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타는 게 저렴해 통신사를 바꿨다"며 "기존 인터넷과 TV 유선결합 상품도 더 저렴한 3만원대로 바꿨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알뜰폰 요금제' 늘어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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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 부부는 2인 가구다. 부부의 통신요금은 각각 월 6만9000원, 4만9000원(데이터 무제한 LTE 요금제)짜리로 매월 11만8000원씩 지불했었다. 여기에 인터넷과 TV 등 유선상품 4만9000원짜리 요금을 더하면 매월 고정적으로 총 16만7000원에 달하는 요금을 내야 했었다. 결합할인 등을 적용해도 월 13만원이 훌쩍 넘는 통신 요금이 나가곤 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부부는 각각 1만4900원, 1만1900원짜리 LTE 휴대폰 요금제로 바꾸고 인터넷과 TV 상품 역시 3만5000원짜리로 변경했다. 월 유무선 통신요금은 총 6만1800원. 가족 결합 할인을 고려해도 기존 대비 7만원 이상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씨는 "우리 부부가 쓰는 요금제는 제공 데이터가 월 10GB, 6.5GB 수준이라 크게 부족하지 않다"며 "필요하면 와이파이를 잡아서 써도 되니 충분하다. 진작 (요금제를) 바꿀 걸 그랬다"고 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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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많은 휴대폰 이용자들이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 올라 같은달 기준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대표적인 고정 지출 항목인 통신요금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의 '2021년 연간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작년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12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에는 통신비가 7000원 더 올라 월평균 13만1000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생활비가 크게 오르면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저가 알뜰폰 요금제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초 발표한 '국내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10월 기준)'에 따르면 알뜰폰 LTE 가입자는 1125만명으로 전월 대비 22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800만명대에서 1년새 32%(273만명) 급증했다. 무선 LTE 가입자 수로만 따지면 1690만명을 기록한 SK텔레콤에 이어 2위다. 2020년 말만 해도 알뜰폰 LTE 가입자는 623만명에 불과했다. 2년 사이에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통신시장 4강(强)으로 올라섰다.

"통신 품질 똑같은데…싼 게 좋아요"

서대문 알뜰폰 스퀘어. 사진=조아라 기자
서대문 알뜰폰 스퀘어. 사진=조아라 기자
이용자들이 알뜰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저렴한 통신비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알뜰폰 휴대전화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는 총 1246만명이다. 이 가운데 5G 요금제를 쓰는 이들은 13만명으로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99%는 LTE 요금제를 쓰고 있다.

2019년 5G 서비스 상용화 만 4년이 눈앞에 두고 있지만, 도리어 전 세대인 LTE로 회귀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LTE 알뜰폰 가입자들은 "아직까지 LTE 데이터를 쓰는 데 불편함이 없다. 굳이 비싼 5G 요금제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알뜰폰 요금제 역시 일반 이동통신사와 마찬가지로 5G보다 LTE 요금제가 다소 저렴하다.

알뜰폰 요금제는 기존 통신요금 대비 최대 30% 이상 저렴하면서 현 이통사가 제공하는 통신 품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알뜰폰 사업자는 기존 통신사의 기지국을 임대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통신 품질에 차이가 없다. 당초 2010년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도입한 알뜰폰(MVNO) 사업은 인지도가 낮아 빛을 못 보다가 5G 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비싼 요금제 '대체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 휴대폰 개통이 확산되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자급제와 알뜰폰 결합 열풍이 불면서 최근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알뜰폰 LTE 도매대가 계속 낮아져 여러 가성비 높은 요금제가 출시된 점도 알뜰폰 수요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굳이 고가의 5G 요금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을 볼때 LTE 서비스를 이용해도 끊김 없이 영상을 볼 수 있고, 통신 품질도 이상이 없어 같은 통신서비스 면 싼 상품을 찾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력 밀린다…이통사 '탈통신' 사활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 보이는 이동통신 3사 로고.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 보이는 이동통신 3사 로고. / 사진=연합뉴스
기존 이통사 입장에선 난감한 처지다. 이통사는 정부의 가계 통신요금 인하 정책 기조에 맞춰 요금제를 늘리고 고가 요금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5G 요금제를 손질해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요금제 다양화에 힘쓰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통 3사는 이용자 평균 데이터 이용량을 고려해 5만~6만원대(24GB~31GB)로 요금을 설계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통신비 절감을 체감할 수 있는 요금제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KB국민은행에 이어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도 '토스모바일'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기관이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경쟁상대로 부상해 시장 판도를 뒤흔들 여지도 있다.

최근 이통사들의 무선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지난 3분기 SK텔레콤의 ARPU는 3만633원, KT 3만2917원, LG유플러스 2만9165원를 기록했다. 전통 주력 사업인 통신업 비중이 줄어들자 통신업계는 자체 플랫폼과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신규 먹거리를 발굴하며 '탈통신'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5G 중간요금제를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알뜰폰 요금제보다는 가격 메리트(이점)가 적다"며 "'진짜' 중간 요금으로 인식되는 50GB대 요금제가 사실상 없다"고 짚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