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이어온 '마라톤 회견' 올해는 안해…"우크라전 영향"
입닫은 푸틴…전황 열세 속 '10년 전통' 연말 기자회견 취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2년 3기 집권 이후 매년 해오던 연말 기자회견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크렘린궁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새해 전까지 대규모 기자회견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연례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그래왔듯이 (기자들과) 대화할 기회를 찾길 기대한다.

해외 방문 중에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진행되는 푸틴 대통령의 대의회 국정연설 일정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000년 크렘린궁에 입성한 푸틴 대통령은 2기 연속 집권 후 4년간 총리로 물러났다가 재집권한 2012년 이후 매년 12월에 연말 기자회견을 해 왔다.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정치·경제·사회·군사·외교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답해왔다.

통상 4시간 정도 이어져 '마라톤 회견'이란 별명이 붙은 기자회견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창구 역할도 해왔다.

이처럼 연례 정기행사로 열리던 기자회견을 10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한 데 대해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10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특히 병력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지난 9월 전격적으로 단행된 30만 명 예비역 동원은 국민의 광범위한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 전망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취소 이유에 대해 현지 정치학자 압바스 갈랴모프는 BBC 방송에 "대통령이 일상적인 일들에 관해선 얘기할 수 있겠지만 국가의 전망과 장기 목표, 발전 전략 등에 대해선 말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치학자 타티야나 스타노바야는 "대통령이 지루하고 일상적인 질문에 답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외국의 청중을 향해서는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른 방법으로도 말할 수 있고, 자국 내 청중과 대화하는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