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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코스피지수 10% 오를 때, 농심 주가 20% 올라
불황에 강하다…라면주 농심 '필수소비재' 장점도
美 공장 가동률도 투자 포인트…추격 매수시 분기 실적 살펴야
[마켓PRO]두 달간 주가 20% 뛴 농심…지금 사도 될까?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과 더불어 증시 대부분의 기업이 주가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유독 선전한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농심'이죠. 이 종목은 최근 두 달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0%가량 오른 것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죠.

최근 내년 투자 전망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죠. 바로 '경기 침체'입니다. 향후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죠.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불황일수록 저렴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상품이 더 잘 팔린다'라는 분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농심은 대표적인 라면주(株)로 불립니다. 지갑이 얇아지는 불황기에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으로 꼽히죠. 지난 두 달간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개인이 홀로 432억원 팔아치우는 동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각각 398억원, 44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국내 증권사들도 농심에 대한 눈높이를 잇달아 높이고 있죠. 이번 한경 마켓PRO 종목 집중탐구에선 불황 수혜주인 농심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2년 연속 가격 인상…불황 속 '호재'라고?

농심은 최근 라면 가격을 인상했죠. 지난 9월15일부터 라면 26개 제품에 대한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 이어 2년 연속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 사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가격 인상은 자칫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번 가격 인상이 호재가 될 것으로 봤죠. 올 한해 라면 업계의 실적을 붙잡고 있던 팜유, 소맥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원가 부담은 줄어드는 추세로 접어들었지만, 지난 9월 단행한 라면 가격 인상(11.3%)은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실적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

실제로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주요 곡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1분기부터는 농심이 가격 인상과 곡물 가격 하락의 마진 스프레드 개선 효과를 누릴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물류비와 팜유, 소맥 등 원자재 가격이 고점 대비 각각 40%, 35%씩 하락했다"면서 "이에 따라 내년 영업이익률이 올해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농심의 내년 연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3조5460억원, 영업이익을 같은 기간 대비 50.3% 늘어난 1509억원으로 내다봤죠.

이번 농심의 가격 인상 결정은 그동안 낮게 형성된 영업이익률 때문으로 보입니다. 농심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6629억원, 1061억원입니다. 영업이익률은 4.0%로 집계됐죠. 최근 5년(2017~2021) 평균 영업이익률은 4.4%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경쟁사인 오뚜기, 삼양식품의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6.7%, 11.9%에 달했죠.
[마켓PRO]두 달간 주가 20% 뛴 농심…지금 사도 될까?
또 농심의 라면 가격이 2년 연속 올랐음에도 타 음식료 대비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증권업계 한 펀드매니저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 여전히 저렴한 (라면)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농심의 라면 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부진 등의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기업이 판매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은 줄어듭니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잘 구매하지 않아서죠. 그런데 증권가에선 라면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우리에겐 라면은 필수소비재이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타 식료품 대비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필수소비재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입니다. 가격탄력성은 상품의 가격이 변화할 때 판매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관한 것이죠. 비탄력적이라는 말은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필수소비재인 라면은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입니다. 가격이 올라도 소비는 변하지 않는 필수소비재인 것이죠.

미국 공장 가동률 중요…높은 판관비 부담

또 다른 농심의 투자 포인트로는 미국 공장 가동률이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게에 따르면 농심의 3분기 미국 1공장은 최대 생산능력(풀케파)으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미국 2공장 가동률은 45% 수준을 기록하고 있죠.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2공장의 경우 연말까지 가동률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물량 기준 시장 확대가 지속 중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공장 가동률은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 라면에 대한 수요가 증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미국 공장 가동률에 따라 실적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농심이 경쟁사 대비 판관비 비중이 높은 것은 개선해야 될 부분으로 지목됩니다. 농심의 최근 5년간 판관비는 최소 6300억원대에서 7100억원대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판관비율도 25%~28%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매출 규모가 비슷한 오뚜기(2조7390억원)의 경우 판관비율이 10.0%에 불과했죠. 농심과 오뚜기의 판관비는 작년 기준 각각 7120억원, 2750억원입니다. 작년 광고선전비도 농심이 오뚜기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3분기에도 농심이 5700억원의 누적 판관비를 기록할 동안 오뚜기의 경우 2216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이 기간 농심과 오뚜기의 누적 매출액은 각각 2조3054억원, 2조353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단기간 주가가 급등한 만큼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수익성이 부진할 경우 주가가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증권사 리서치센터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농심의 주가는 내년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까지 반영된 것으로 본다"면서 "추격 매수를 하기 위해선 향후 분기별 매출과 지역별(국내, 해외 등) 실적 확인에 따라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농심 프로필(12월12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34만500원
PER(12개월 포워드): 15.19배
적정주가: 40만5400원(최근 3개월 내 증권사 평균 목표가)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 컨센서스: 3조1069억원, 994억원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