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이 올해 창사 이후 최초로 해외 매출 8000억원 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를 넘을 것이 유력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주력 해외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매출이 견조한 모습을 보여서다. 경동나비엔은 기세를 몰아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 ‘K-보일러’ 기반을 넓히겠다는 각오다.
그래픽 = 전희성 기자
그래픽 = 전희성 기자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1조10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그중 64.14%에 해당하는 7074억원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2017년 해외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긴 이후 6년 연속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해외 매출은 5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이 기간 해외 매출 5000억원 돌파는 사상 처음이다. 해외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4828억원)한 덕이 컸다. 러시아 시장에서도 재고를 사전에 확보해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4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정학적 위기를 선제 대처로 극복한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과 비슷한 규모인 2456억원을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2%다. 기존 최대치인 지난해 67%를 넘어선 데 이어 사상 첫 70% 벽을 넘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이처럼 해외 사업이 순항한 것은 보일러와 온수기 등 주력 제품이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 데다 고환율 효과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의 가스보일러와 온수기는 사계절 필수 품목이어서 수요가 꾸준하다. 북미에서는 콘덴싱 온수기 부문 1위 업체로 입지를 굳힌 지 오래다.

최근에는 친환경 바람을 타고 콘덴싱 보일러 수요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달러화 강세로 환차익까지 커지면서 해외 매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콘덴싱 기술을 기반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유행을 선도했다”고 말했다.

실제 경동나비엔은 북미에서 콘덴싱 온수기로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제품을 처음 출시한 2008년 당시 연 2만대에 불과했던 콘덴싱 온수기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80만대 수준으로 커졌다. 한때 일본 온수기 제조사들이 경동나비엔을 벤치마킹한 탓에 시장 점유율이 40% 초반까지 밀린 적도 있지만, 지난해에 47.5%까지 점유율을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경동나비엔은 북미 이외에 다양한 국가로 시장 침투를 가속화하고 있다. 온수 수요가 크지만, 해외 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일러 업체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영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진출 고삐를 죄고 있다. 천연가스 열원을 수소로 전환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로드맵에 대응하면서 현지에서 수소 관련 인증(H2 Ready)도 획득했다.

올해에는 캐나다법인과 멕시코법인도 설립했다. 난방 수요가 큰 캐나다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중남미 국가의 특성에 맞춘 공급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또 우즈베키스탄에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 중앙아시아의 한 가운데 위치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우즈베키스탄은 향후 주변국으로의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현재 30개국 이상에 수출을 진행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며 “매출 1조원 달성을 기점으로 해외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