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인공지능(AI)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이 내년 흉부 엑스레이 판독문 초안을 작성해주는 AI를 선보인다. 질환 판독 시간은 줄이고 정확도는 획기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초거대 AI를 의료영상 분석에 활용하는 것으로, 세계 첫 사례다.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헬스케어 AI 분야에서 구체적 사업 계획표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판독 초안 솔루션 세계 첫 공개배웅 카카오브레인 최고헬스케어책임자(CHO)는 5일 기자와 만나 “내년 상반기 AI를 활용한 판독문 작성 서비스를 세계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4년 1분기 국내와 유럽에서 상용화 인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했다.의료AI기업 뷰노 본부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해 헬스케어사업부를 출범시켰다. 그가 구체적 사업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중엔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아이소모픽랩스를 통해 의료영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내 의료기관이 보유한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 삼아 기술 격차를 벌릴 계획이다. 3세대 AI로 불리는 초거대 AI를 활용해 서비스 활용도와 안정성도 높여나간다. 이화의료원 순천향대의료원 등과 손잡고 의료영상 데이터 2000만 건을 바탕으로 연구에 나선다. 세계 최대 규모다. 초거대 AI 자연어 처리 기술 활용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하면 전공의 등이 ①영상을 확인한 뒤 ②판독문 초안을 작성한다. 의심 증상, 병변 부위 등을 알리는 문서다. 담당 교수는 이를 ③재검토하면서 오류를 수정한다.국내외 AI 기업은 영상에 질환 의심 부위를 표시해주는 첫 단계에 집중했다. 판독에 걸리는 시간을 20%가량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의사들이 판독문 초안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카카오브레인은 AI가 사람처럼 글을 쓸 수 있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접목했다. 전문의 자문단에 최소기능제품(MVP)을 선보였더니 업무 효율과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AI보다 더 많은 시간을 줄여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기존 AI가 흉부 엑스레이에서 5~10개 질환을 가려내는 데 비해 카카오는 120개 넘는 모든 폐 질환을 판독할 계획이다. 배 CHO는 “유방 촬영 맘모그래피, 복부 초음파 등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며 “추후엔 3차원(3D)인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항체 신약 개발 사업도 진출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등이 진출한 신약 개발에도 뛰어든다. 카카오는 면역물질인 항체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7월부터 국내 바이오벤처 갤럭스와 단백질 구조분석 연구를 시작했다. 알파벳이 알파폴드2를 통해 세계 생물정보학의 역사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분야다.단백질과 항체를 분석해 독성을 낮추고 효과는 높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2027년께 새 항체 신약개발 플랫폼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유망한 후보물질을 찾아내면 갤럭스와 신약 임상시험도 할 계획이다.‘성공률 9%, 개발 기간 10년’이라는 신약 개발 한계를 뛰어넘는 게 목표다. 배 CHO는 “3D 단백질-항체 구조예측 능력을 두 배 이상 높이는 게 목표”라며 “항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SK케미칼은 마더스제약과 복합제 '아세리손'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및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아세리손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인 ‘아세클로페탁’ 및 근이완제인 ‘에페리손’의 복합제다. 근골격계 근육연축 증상을 동반한 급성요통환자의 통증완화로 허가받은 제품이다.마더스제약을 포함한 6개 기업은 복합제를 공동개발했다. 아세리손 등 6개 제품은 지난 9월 허가받고 이달 1일 약가 등재와 함께 출시됐다. SK케미칼은 아세리손 및 자체 개발한 천연물 제품인 ‘조인스’ 등과 함께 근골격계 질환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지난해 아세클로페낙은 935억원, 에페리손은 69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근육 통증 및 연축 증상이 있는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두 성분의 병용 처방 비율은 유비스트 기준으로 가장 많다는 설명이다. 김좌진 마더스제약 대표는 “근골격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케미칼과의 유통 협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박현선 SK케미칼 제약사업부 기획실장은 “아세리손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근이완제 조합 복합제 중 국내 최초로 출시된 제품 중 하나”라며 “SK케미칼이 조인스 등을 통해 근골격게질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아세리손 판매에서 동반 상승(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NH투자증권은 5일 유한양행에 대해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얀센의 상업화 전략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만원을 유지했다. 유한양행은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아시아)에서 ‘EGFR’ 표적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1차 치료 단독요법 글로벌 3상(LASER301)의 결과를 공개했다. LASER301에서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은 레이저티닙 투여군에서 20.6개월로 나타났다. 대조군인 ‘게피티닙’ 투여군 9.7개월보다 높았다. 뇌전이 환자의 PFS는 레이저티닙 16.4개월, 대조군 9.5개월이었다. 박병국 연구원은 “이번 데이터는 1차 치료 목적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의 병용임상(MARIPOSA) 결과와 단독요법의 글로벌 출시를 기대하게 한다”며 “다양한 인종에서 진행된 만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신청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좋은 상황으로 이제는 데이터 외에 시장 상황을 고려한 얀센의 상업화 전략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얀센은 레이저티닙의 한국 외 세계 권리를 갖고 있다. LASER301을 통한 글로벌 출시 또한 얀센이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타그리소와 화학요법의 병용 3상(FLAURA2)과 약가 전략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선진국 및 비선진국 출시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얀센의 전략은 병용요법이 중심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치료를 목적으로 ‘타그리소’와 화학요법 병용과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비교하는 FLAURA2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비선진국 시장에선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의 시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타그리소는 올 3분기 이머징 국가(신흥국) 및 기타 국가에서 6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의 44%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LASER301 목적 또한 타그리소 대비 유리한 약가로 아시아 등 비선진국 국가에서 1차 단독요법으로 출시하는 것”이라며 “얀센 입장에서도 비선진국의 약가 부담을 고려하면 단독요법 출시가 매력적”이라고 했다.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의 비선진국 출시 변수는 참조가격제도(IRP)가 될 것이라고 했다. IRP는 다른 국가의 약가를 참조해 약값을 협상하는 제도다. 블록버스터 신약 대부분이 미국부터 승인을 받아 IRP 또한 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타그리소의 호주와 중국에서의 월간 약가는 각각 미국의 2분의 1, 6분의 1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얀센이 비선진국 출시를 위해 단독요법에 대해 미국에서 먼저 허가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IRP는 유한양행이 얀센에 미국 승인 신청을 설득하는 실마리(KEY)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