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증산설을 부인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91센트(1.14%) 오른 배럴당 80.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가격도 전날 보다 61센트(0.70%) 오른 배럴당 87.70달러에 마감했다.

전날까지 유가는 맥을 추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중국에서 봉쇄 조치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설을 부인하고 나서면서 유가가 뛰어올랐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들이 하루 최대 50만 배럴까지 산유량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2월 4일 사우디를 포함한 OPEC 산유국과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나온 보도였다.

WSJ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 감소 가능성을 OPEC+의 증산 배경으로 꼽았다. 주요 7개국(G7)이 오는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에 동참하는 국가에 원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철을 대비해 OPEC+가 원유 증산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원유 공급 증가 가능성은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사우디 측은 해당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OPEC+가 다가올 회의를 앞두고 어떠한 결정도 사전에 논의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증산설을 일축했다.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오히려 추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빈살만 장관은 "OPEC+의 일평균 200만배럴 감산 기조는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산을 더 줄이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항상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OPEC+는 이달부터 원유를 하루 200만배럴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OPE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OPEC+ 합의안을 수정하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도 증산과 관련한 논의가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 OPEC+ 회의는 G7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시행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는 23일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대사들도 이날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