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시가와 실거래가 역전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 공시가 현실화 계획을 아예 폐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행 규정상 (공시가 현실화 계획을) 폐기할 수는 없다"며 "세금 부과 기준을 강화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지난 정부의) 접근 자체를 지나치게 무리하고 비정상적인 수단을 동원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이라는 것은 늘 오르내림이 있기 마련인데 지난 정부에서 현실화율 90%를 목표로 공시가를 높이려고 했던 건 시장에 대한 무지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이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과에 필요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내용의 공시가 현실화 수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수정된 계획안에 따르면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시 적용될 현실화율은 기존 71.5%에서 평균 69%로 낮아진다. 금액대별로 9억원 미만은 올해 69.4%에서 68.1%로, 9억∼15억원 미만은 75.1%에서 69.2%로, 15억원 이상은 81.2%에서 75.3%로 떨어진다.

이번 현실화율 인하 결정은 지난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시행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시가격이 덩달아 상승했지만, 곧 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돌아서며 국민 보유 부담만 과도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데 따른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자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은 단지가 속출한 영향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같은 결정에도 공시가 자체는 2020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의 조치가 추가로 시행돼야 한다. 이는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해야 가능한 사안이다. 원희룡 장관은 "세율은 국회에서 손을 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공시가 현실화 자체를 안정성 있게 가져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외에 재산세에 반영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주택자에 한해 올해 한시적으로 60%에서 45%로 낮추기로 한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로 더 깎아줄 방침이다.

지난 정부에서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경우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급상승기에 세부담을 늘려 거래를 막는 틀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는 따로 하고 방안을 세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공시가 현실화율 90%는 시장 모르는 소리…폐지는 못해"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