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제71기 회장으로 강연홍 제주성내교회 목사(사진)를 21일 선임했다. 임기는 1년이다. 강 목사는 한신대 신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웨일스대와 한신대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부총회장, 제주기독신문 이사장, 제주시기독교연합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교회총연합은 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국교회 위로와 회복의 예배’를 진행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부상자의 회복을 기원하며 국민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 예배에는 개신교 73개 교단 지도자와 신자 등 약 1만명이 참여했다.이날 설교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맡았다. 이 목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 말씀처럼 기독교는 결코 고난 당하는 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며 “한국 교회는 교파를 초월하고 하나가 되어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돕고 일으켜 세우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위로금 10억 원을 한교총에 전달하기로 했다. 한교총은 트라우마치유센터를 건립해 운영할 예정이다.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는 위로사를 통해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자유로운 정당이나 국민은 없다"며 "또다른 상처를 주는 공격을 멈추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손에 손을 잡고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이어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를 교회가 짊어지려고 한다"며 "어설픈 위로와 치유에 나서지 말고 눈물로 그들 곁을 지키면서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치유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시인이기도 한 한교총 명예회장 소강석 목사는 위로의 시를 전했다. 제목은 '차가운 겨울바람도 피해갈 풀잎의 이름들이여'. 그는 시를 통해 이렇게 기원했다. "주님, 유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고/천국 소망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게 하여 주옵소서/그 애통의 상한 심령을 치유하고 회복시켜 주옵소서"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지난달 10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빌딩. 아침 일찍부터 머리 희끗한 ‘어르신’ 30여 명이 차례차례 출입문을 열어젖혔다. 국내 천주교계를 이끄는 전국 주교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인 건 ‘인구 감소와 미래 전망’이란 주제의 특강을 듣기 위해서였다. 강사는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저출생·고령화가 전국 주교회의 논의 주제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천주교뿐이 아니다. 종교계가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로운 성직자 유입이 뚝 끊긴 데다 젊은 신도도 들어오지 않아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원로 성직자’(만 65세 이상 사제) 비중이 10%를 넘어선 천주교는 젊은 성직자 구인에 ‘올인’하고 있고, 불교계는 성직자 정년과 출가 연령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 성직자15일 종교계에 따르면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최근 교황청에 제출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에 “교회가 청년들의 동반자가 되지 못했다”는 반성문을 적어 냈다. 젊은 성직자가 줄어드는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인 것이다. 1994년 연령별 성직자 비율을 처음 집계했을 때 1.7%였던 원로 성직자 비율은 지난해 10.1%로 치솟았다. ‘고참’ 비중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젊은 성직자가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전국 주요 신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수는 138명으로, 10년 전보다 38% 줄었다.종교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를 구조적으로 흔들고 있는 인구 감소의 충격파가 종교계에도 들이닥친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총인구는 517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 줄었다. 국내 인구가 감소한 건 1948년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그러니 모든 종교가 구인난에 빠진 건 당연한 수순이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2000년 528명에 달했던 불교 출가자 수(사미·사미니 수계자)는 2020년 13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찰마다 인력난을 호소하자 조계종은 5년 전 만 50세 미만으로 제한했던 출가 연령을 65세로 넓혔다. 이로 인해 스님 고령화는 한층 더 심화됐다. 2020년 기준 스님의 81%가 50대 이상이다. 20대는 1%뿐이다. ‘새로운 절을 지을 돈이 있어도 지킬 스님이 없어 못 짓는다’는 얘기가 불교계에서 나오는 이유다.불교계는 출가자 수를 늘리기 위해 원로 스님에 대한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불교는 신규 성직자 유입이 끊기자 고육지책으로 기존 성직자의 정년을 만 68세에서 71세로 늘렸다. 개신교 목사를 길러내는 주요 신학대학원들은 ‘신입생 모시기’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한신대는 내년부터 신학대학원 신입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귀한 몸’이 된 젊은 신자젊은 신자가 줄어드는 건 어느 종교든 똑같다. 천주교의 경우 지난해 30대 신자 수가 2020년보다 0.2% 감소했다. 출생자 수가 줄어드는데, 피할 길이 없다. 종교계가 걱정하는 건 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줄어든 데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현재 믿는 종교가 있다’는 30대 응답자 비율은 1989년 46%에서 지난해 30%로 떨어졌다.이성청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전통과 교리를 중시하는 종교의 특성상 젊은이들이 괴리를 느낄 수 있다”며 “종교가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에 적절한 답을 주는지 생각해봐야 할 측면이 있다”고 했다.일부 종교가 성평등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젊은 신자와 성직자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불교는 비구니(여성 스님)에게 요구하는 계율이 비구(남성 스님)보다 두 배 많다. 천주교는 아직도 여성 사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기독교단 중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줬다는 이유로 목사에게 면직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불교계 원로 법륜스님(69·사진)은 1992년 인도 성지순례를 떠났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앞에서 힌두교도 행상에게 “부처의 나라에 살면서 왜 불교를 안 믿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매일 세계 불교도가 이곳을 찾지만 성지 앞 걸인을 돕겠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당신이 말하는 부처의 자비란 대체 뭐냐.” 이웃에 대한 실천을 강조하는 ‘만일결사(萬日結社)’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듬해 불가촉천민이 모여 사는 둥게스와리마을 인근 학교 건립을 시작으로 북한동포 돕기 등 나눔·수행을 이어왔다. 자원봉사자 7만여 명이 참여한 만일결사는 다음달 4일에 1만 일의 대장정을 마친다.14일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난 법륜스님은 “정토회는 복을 비는 말이나 죽음 이후를 얘기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구독자 120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즉문즉설’ 운영자로 널리 알려진 법륜스님은 정토회 지도법사이자 평화재단 이사장이다. 정토회는 부처의 가르침을 토대로 사회적 실천과 수행을 강조하는 단체다. 울산 두북수련원에서 승속(승려와 일반인) 구분 없이 농사를 짓고 수련한다. 국내외 정토회 자원봉사자는 2500여 명. 드라마 작가 노희경과 배우 조인성, 한지민 등도 정토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5개 건물에서 30년간 월세살이를 하던 정토회는 전용 회관을 지어 지난달 1일 정식 개관했다. 옥상의 법당 대성초당엔 단청이 없다. 중국 베이징 거리에서 500원 주고 사왔다는 조그마한 불상만 모셔져 있다.“여보게, 누군가 논두렁에 앉아 마음을 청정하게 하면 그곳이 절이고 그 사람이 스님이네.” 법륜스님은 젊은 날 봉암사 서암스님이 해준 이 말을 평생 새기며 살아왔다. “늘 부처처럼 살 순 없어도 시간, 돈, 마음을 조금씩 옳은 일에 내어줄 수는 있죠. 우리는 부처가 되려 하지 말고 부처의 한 조각, 즉 ‘모자이크 붓다’가 돼야 합니다.” 그의 붉은 가사(승복)는 낡고 헤져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 그간 만일결사는 환경, 빈곤 퇴치, 평화, 수행 등 네 가지 목표를 향해 각종 대중운동을 벌여왔다. 내년 3월 시작할 새로운 만일결사로는 재활용 유통, 대안교육 등을 논의 중이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