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빌딩. 아침 일찍부터 머리 희끗한 ‘어르신’ 30여 명이 차례차례 출입문을 열어젖혔다. 국내 천주교계를 이끄는 전국 주교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인 건 ‘인구 감소와 미래 전망’이란 주제의 특강을 듣기 위해서였다. 강사는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저출생·고령화가 전국 주교회의 논의 주제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천주교뿐이 아니다. 종교계가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로운 성직자 유입이 뚝 끊긴 데다 젊은 신도도 들어오지 않아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원로 성직자’(만 65세 이상 사제) 비중이 10%를 넘어선 천주교는 젊은 성직자 구인에 ‘올인’하고 있고, 불교계는 성직자 정년과 출가 연령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 성직자

젊은 신도 줄고, 성직자 늙고…종교계도 고령화 '시름'
15일 종교계에 따르면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최근 교황청에 제출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에 “교회가 청년들의 동반자가 되지 못했다”는 반성문을 적어 냈다. 젊은 성직자가 줄어드는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인 것이다. 1994년 연령별 성직자 비율을 처음 집계했을 때 1.7%였던 원로 성직자 비율은 지난해 10.1%로 치솟았다. ‘고참’ 비중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젊은 성직자가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전국 주요 신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수는 138명으로, 10년 전보다 38% 줄었다.

종교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를 구조적으로 흔들고 있는 인구 감소의 충격파가 종교계에도 들이닥친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총인구는 517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 줄었다. 국내 인구가 감소한 건 1948년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

그러니 모든 종교가 구인난에 빠진 건 당연한 수순이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2000년 528명에 달했던 불교 출가자 수(사미·사미니 수계자)는 2020년 13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찰마다 인력난을 호소하자 조계종은 5년 전 만 50세 미만으로 제한했던 출가 연령을 65세로 넓혔다. 이로 인해 스님 고령화는 한층 더 심화됐다. 2020년 기준 스님의 81%가 50대 이상이다. 20대는 1%뿐이다. ‘새로운 절을 지을 돈이 있어도 지킬 스님이 없어 못 짓는다’는 얘기가 불교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불교계는 출가자 수를 늘리기 위해 원로 스님에 대한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불교는 신규 성직자 유입이 끊기자 고육지책으로 기존 성직자의 정년을 만 68세에서 71세로 늘렸다. 개신교 목사를 길러내는 주요 신학대학원들은 ‘신입생 모시기’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한신대는 내년부터 신학대학원 신입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귀한 몸’이 된 젊은 신자

젊은 신자가 줄어드는 건 어느 종교든 똑같다. 천주교의 경우 지난해 30대 신자 수가 2020년보다 0.2% 감소했다. 출생자 수가 줄어드는데, 피할 길이 없다. 종교계가 걱정하는 건 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줄어든 데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현재 믿는 종교가 있다’는 30대 응답자 비율은 1989년 46%에서 지난해 30%로 떨어졌다.

이성청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전통과 교리를 중시하는 종교의 특성상 젊은이들이 괴리를 느낄 수 있다”며 “종교가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에 적절한 답을 주는지 생각해봐야 할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부 종교가 성평등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젊은 신자와 성직자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불교는 비구니(여성 스님)에게 요구하는 계율이 비구(남성 스님)보다 두 배 많다. 천주교는 아직도 여성 사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기독교단 중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줬다는 이유로 목사에게 면직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