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종교계 덮친 인구 감소
"사찰 관리할 젊은 스님 없다"
2000년 500명 넘던 출가자수
2020년 이후 130여명으로 뚝
천주교 젊은 신자는 '귀한 몸'
30대 종교인 비율 30%대 그쳐
사회 다원화…종교 매력 떨어져
천주교뿐이 아니다. 종교계가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로운 성직자 유입이 뚝 끊긴 데다 젊은 신도도 들어오지 않아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원로 성직자’(만 65세 이상 사제) 비중이 10%를 넘어선 천주교는 젊은 성직자 구인에 ‘올인’하고 있고, 불교계는 성직자 정년과 출가 연령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 성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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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를 구조적으로 흔들고 있는 인구 감소의 충격파가 종교계에도 들이닥친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총인구는 517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 줄었다. 국내 인구가 감소한 건 1948년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
그러니 모든 종교가 구인난에 빠진 건 당연한 수순이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2000년 528명에 달했던 불교 출가자 수(사미·사미니 수계자)는 2020년 13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찰마다 인력난을 호소하자 조계종은 5년 전 만 50세 미만으로 제한했던 출가 연령을 65세로 넓혔다. 이로 인해 스님 고령화는 한층 더 심화됐다. 2020년 기준 스님의 81%가 50대 이상이다. 20대는 1%뿐이다. ‘새로운 절을 지을 돈이 있어도 지킬 스님이 없어 못 짓는다’는 얘기가 불교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불교계는 출가자 수를 늘리기 위해 원로 스님에 대한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불교는 신규 성직자 유입이 끊기자 고육지책으로 기존 성직자의 정년을 만 68세에서 71세로 늘렸다. 개신교 목사를 길러내는 주요 신학대학원들은 ‘신입생 모시기’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한신대는 내년부터 신학대학원 신입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귀한 몸’이 된 젊은 신자
젊은 신자가 줄어드는 건 어느 종교든 똑같다. 천주교의 경우 지난해 30대 신자 수가 2020년보다 0.2% 감소했다. 출생자 수가 줄어드는데, 피할 길이 없다. 종교계가 걱정하는 건 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줄어든 데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현재 믿는 종교가 있다’는 30대 응답자 비율은 1989년 46%에서 지난해 30%로 떨어졌다.이성청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전통과 교리를 중시하는 종교의 특성상 젊은이들이 괴리를 느낄 수 있다”며 “종교가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에 적절한 답을 주는지 생각해봐야 할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부 종교가 성평등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젊은 신자와 성직자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불교는 비구니(여성 스님)에게 요구하는 계율이 비구(남성 스님)보다 두 배 많다. 천주교는 아직도 여성 사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기독교단 중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줬다는 이유로 목사에게 면직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