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 기업들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고유가에 힘입어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연이어 발주되고 있어서다. 각국과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이같은 '사우디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물밑 작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관찰한 외교,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김은정의 클릭 사우디'를 연재해 정부와 한국 기업들의 사업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금융지구엔 각종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건물들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금융지구엔 각종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건물들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주목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중국,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사우디 공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우디에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 자금 유치를 통한 사업 추진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앞으로 3~5년 이내 상장까지 예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우디 현지에서 만난 연승환 KOTRA 리야드무역관 부관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비전 2030의 추진 속도를 볼 때 앞으로 5년 간은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매우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잘 알려진 세계 최대 친환경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 이외에도 디리야 게이트나 홍해 개발 프로젝트 등의 추진 계획을 봤을 때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건설 부문 이외에도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는 시도도 많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과 협업을 강력 희망하고 있는 영향입니다.

사우디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이달 말 ‘한·사우디 주택 협력 공동 세미나’를 열 계획입니다. 핵심은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정책 협력입니다. 이날 사우디 정부는 한국 기업들을 직접 만나 추후 진행될 업무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이런 다양한 사업 기회 속에서도 사실 사우디는 한국 기업들에 낯선 도전입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 일부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면 사우디 현지에서 직접 사업을 해본 한국 기업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현지 사업 환경이나 근로 문화, 법적 리스크(위험 요인) 등이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진 않습니다.

사우디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통해 약간의 '꿀팁'을 들어봤습니다. 일단 사우디 정부의 현지화 강화 정책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우디 정부는 기자재의 상당 비율을 현지에서 조달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액적인 측면에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자국민 의무 고용 비율도 지켜야 합니다. 사우디 정부는 자국민 실업률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허가증 발급 비용을 대폭 높이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높은 실업률(11.0%)로 고민이 많은 상황입니다. 사우디 정부의 최대 현안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사우디인 의무 고용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금융지구엔 각종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건물들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금융지구엔 각종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건물들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부가가치세와 관세 인상 등 과세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세수 확대를 위해 석유화학, 일반 기계, 철강 등 1000개가 넘는 주요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습니다. 특히 역외에서 수행된 프로젝트엔 이중과세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우디 정부와 상호합의 절차를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양국 과세당국의 해석 차이로 인한 이중과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현지에서 2년째 ICT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인은 "사우디는 업무 협력 초반부터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해외 국가들이 소프트웨어 제품 등만 대거 판매하고 사우디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의 경우 시장 경험 없이 바로 자본금을 투입하는 등의 사업 모델을 결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사우디 내수 시장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제품 가격을 포지셔닝하는 게 고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왕정국가라 굉장히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리는 경우가 있는 건 사우디만의 특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거나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은 "이미 시장이 형성된 미국이나 유럽은 새롭게 자리를 잡기 어렵지만 사우디는 리스크가 있는 만큼 기회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우디 내수 시장 자체만 보지 않고 아랍계 시장 전체로 확대할 수 있는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시장 정보 확대와 활로 구축 등의 노력을 계속해야 기업들의 진출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끝)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